X

“모터쇼, 꼭 가야 하나요?”…시대가 변하고, 자동차도 변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이배운 기자I 2026.07.09 05:09:02

부산모빌리티쇼 참가 브랜드 25개→8개…흔들리는 위상
제네바도 100년 만에 폐막…설 자리 잃는 전통 모터쇼
'기술 플랫폼'으로 진화한 車…오프라인 전시 매력 약화
눈도장 찍어야 산다…'미래차 격전지' 中 모터쇼는 성황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예전만 못하네.”

2026 부산모빌리티쇼 전시장을 둘러보던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전시관은 건너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지만, 정작 내부를 채운 볼거리는 부족해 ‘썰렁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부산행 KTX에 오를 때부터 내심 커졌던 기대감은 전시장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그라들었고 이내 씁쓸한 뒷맛만 남았다.

2026 부산모빌리티쇼 전시장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2026 부산모빌리티쇼 전시장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6 부산모빌리티쇼가 10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5일 폐막했다. 기존 자동차 중심 전시를 넘어 로봇, 전기비행기, 캠핑카 등 다양한 미래 이동수단을 선보이는 ‘모빌리티쇼’로의 전환을 꾀했지만 행사의 위상 하락이라는 그림자를 지울 수는 없었다.

현장에서 느껴진 아쉬움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2016년 25개에 달했던 참가 브랜드는 올해 8개로 뚝 줄었다. 특히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 한국GM, 메르세데스-벤츠 등 국내외 주요 완성차 브랜드가 대거 불참하면서 ‘반쪽짜리 행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BMW, BYD 등이 모빌리티쇼에 참여했지만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할만한 핵심 콘텐츠는 눈에 띄지 않았다. 과거 글로벌 유명 브랜드들이 신차를 앞다퉈 선보이며 자동차 마니아들을 열광시켰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일각에서 행사의 존폐론이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이유다.

2026 부산모빌리티쇼 BMW 코리아 전시관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2026 부산모빌리티쇼 BMW 코리아 전시관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이런 현상은 부산모빌리티쇼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한민국 최대 규모 자동차 박람회로 꼽히는 서울모빌리티쇼도 2015년 32개 자동차 브랜드가 참가했지만 2017년 27개, 2019년 21개, 2021년 10개, 2025년 12개로 규모가 절반 이하로 줄었고 관람객 수 역시 감소세다.

글로벌 주요 모터쇼도 예외는 아니다. 100년 넘는 역사의 스위스 제네바 국제모터쇼는 2024년 행사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한때 유럽 최고 모터쇼로 꼽히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도 위기를 겪고 개최지를 뮌헨으로 옮기며 ‘IAA 모빌리티쇼’로 재편했다. 디트로이트 모터쇼, 도쿄 모터쇼, 파리 모터쇼 역시 규모가 줄며 예전의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업계는 전통 모터쇼가 힘을 잃은 이유 중 하나로 비용 대비 홍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꼽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친 뒤 완성차 업체들은 대규모 오프라인 전시 부스를 꾸리기보다 온라인 공개나 자체 행사를 여는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식 온라인 공개, BMW·벤츠의 디지털 쇼케이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야외 체험형 전시로 진행된 'IAA 모빌리티 2025'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야외 체험형 전시로 진행된 'IAA 모빌리티 2025'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자동차가 단순한 ‘탈것’에서 ‘기술 플랫폼’으로 진화 한 점도 모터쇼에겐 악재다. 이제 완성차 브랜드의 경쟁력은 AI, 인포테인먼트 등 소프트웨어 역량에서 갈린다. 전시장에 차량을 세워두는 것만으로는 브랜드의 차별성을 뽐내기 어려워진 셈이다. 최근 완성차 브랜드들이 모터쇼보다 CES 2026 등 글로벌 가전·기술 행사에서 더 큰 활약을 펼치는 이유다.

소비자의 관심 포인트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모터쇼의 주된 목적이 신형 모델의 근사한 외관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운전석에 올라 실내를 체험하는 데 있었다면, 이제 소비자들은 자동차의 가격과 실사용 편의성 등을 더 현실적으로 따진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이런 정보는 번잡한 모터쇼 현장보다 다양한 온라인 채널을 통해 접하는 게 더 편리하다.

다만 이 같은 진단이 그대로 들어맞지 않는 예외 사례도 있다. 바로 중국이다. 지난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6 베이징 국제모터쇼’에는 총 128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며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다. 총 38만㎡ 규모의 전시관에는 차량 1451대가 전시됐고, 세계 최초 공개 모델만 181대에 달했다.

2026 베이징 국제모터쇼 전시장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2026 베이징 국제모터쇼 전시장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이는 중국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전동화 전환과 함께 유럽 내연기관차 브랜드들의 위상이 약해진 사이 중국은 전기차와 관련 기술이 가장 빠르게 양산·소비되는 핵심 시장으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중국은 글로벌 브랜드라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시장이기도 하다. 현지 모터쇼에 참가해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딜러, 바이어, 정부,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것은 필수에 가까워졌다.

이처럼 중국 모터쇼의 흥행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 전환 과정을 반영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는 “이제 글로벌 자동차 경쟁은 차량 단일 모델 경쟁을 넘어 자율주행, SDV, AI를 아우르는 생태계 경쟁으로 확장되는 중이고, 특히 중국의 역량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국내 산업도 일부 완성차 업체 중심의 성장을 넘어 차세대 모빌리티 생태계 전반의 강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