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에게 대규모 선물을 제안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은 우선 협상권을 받고 트럼프 관세 레이더망에서 가장 빨리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미국에 보복관세를 안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발을 사며 최대 130%에 달하는 대규모 관세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미국에 대한 자동차 관세율을 ‘제로(0)’로 떨어트리겠다는 제안을 하면서 상호관세 폭탄서 빠져나갈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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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연 후 기자들과 관세를 일시 중단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그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강경한 무역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날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90일간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한 관세를 90일간 중단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나라들이 미국과 공정한 거래를 위해 협상에 나서고 있다”며, 일부 국가에는 “상당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영구적인 관세가 있을 수도 있고, 관세 외에 필요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협상이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기본적으로 10% 기본관세는 깔고 가되, 60여개국에 부과된 상호관세율은 약 6월까지 진행되는 협상에 따라 일부 낮출 수 있음을 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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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일본은 트럼프 관세 레이더망에서 우선 탈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미국과 일본은 상호관세율 조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X에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전화 통화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그의 내각과 함께 ‘새로운 글로벌 무역 황금기’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부과한 이후 일본이 첫 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무역협상은 통상 USTR 또는 상무부가 관장한다. 베센트 장관이 협상단에 지목된 점을 고려하면 일본과 환율 문제에 대해서도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엔화는 지난해부터 약세를 지속해 오다 최근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베센트 장관은 이날 폭스비지니스와 인터뷰에서도 “거의 70개국이 백악관에 관세협상과 관련해 접촉해왔다”며 일본이 신속하게 협상에 나선 대가로 “우선협상 대상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거의 70개국이 백악관에 관세협상과 관련해 접촉해왔다”며 9일부터 발효되는 상호관세가 수개월간 이어질 협상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4월, 5월, 어쩌면 6월까지도 아주 바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호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협상이 석달은 이어질 것을 시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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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34%의 대중 상호관세에 보복관세 34%를 똑같이 매긴 중국에 대해선 추가 50%포인트(p) 관세율을 상향할 뜻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20일 두번째 임기를 시작하기 전,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평균 관세율은 20.8%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2기 행정부를 시작하면서 마약 문제로 중국에 10%p씩 두차례 관세율을 올렸고, 상호관세율을 34% 때렸다. 50%p가 추가되면 중국에 대한 관세율은 평균 124.8%까지 치솟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시진핑 주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며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중국이 터무니없는 기존 관세에 더해 34%의 추가 관세를 미국에 부과했다.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미국은 추가로 중국에 5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수년간 미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다. 이는 백악관에 있었던 과거 인사들이 그렇게 하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미국을 마지막에 두는 정책을 펼쳤지만,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중국과는 1차 임기 때 거의 시장 개방 협상을 마무리할 뻔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당시 500억 달러 규모의 제품 거래는 성사됐지만, 진정한 개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은 본질적으로 폐쇄된 시장이며, 많은 국가들이 과도한 관세를 통해 자국 시장을 보호하고 있다”며 “제가 원하는 것은 미국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이런 구조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하고 좋은 협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국가와는 더 이상 아무런 거래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U도 자동차 무관세 카드 내밀었지만…美 “부가세 낮춰야”
EU는 자동차 등에 대한 무관세를 제안하며 우선 방점을 찍고 있다. 이날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무역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관세 관련 논의가 초기 단계”라면서 “자동차와 기타 산업 제품에 대해 상호 무관세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 EU 27개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조치를 되돌리기 위한 협상 개시가 우선이며 성급한 대응을 자제해야 하기로 합의했다.
셰프초비치 위원은 또 미국에 대한 EU의 보복 조치가 앞서 발표된 260억 유로(약 41조원)보다 축소 시행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EU는 오는 15일과 내달 15일 두 차례에 걸쳐 미국의 EU에 대한 25%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대부분 상품에 대한 관세는 5월 16일부터 적용되며, 일부 품목은 12월 1일부터 발효될 수 있다고 전했다. 보도대로라면 두 차례 시행이 연기된 철강 관세 보복 조치가 또 연기되는 것이다. 보복 조치 대상에서 미국산 버번 위스키, 와인, 유제품도 제외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하지만 EU의 상호 무관세 협상 제안에 대한 미국의 반응도 회의적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이날 CNBC 방송에서 상호 무관세 협상과 관련해 “비관세 장벽도 낮춰야 한다”면서 “EU는 19% 부가가치세(VAT·이하 부가세)를 낮추고 세계무역기구(WTO) 결정을 존중해 우리의 돼지고기, 옥수수, 쇠고기도 수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