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전 수출·협력 약정…체코 원전수출 긍정효과 기대

김형욱 기자I 2025.01.09 07:44:44

원전 수출 정부기관 간 협력 원칙 담아
체코 원전 기업간 협상 긍정 영향 기대
정권 교체 때의 약속…효력 발휘 미지수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과 미국이 8일(현지시간)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대한 기관 간 약정(MOU)을 맺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체코 원자력발전소(원전) 수출 과정에서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지적재산권(지재권) 침해 등을 주장하며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이번 MOU가 두 기업 간 협상에 긍정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가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대한 기관 간 약정(MOU) 체결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 3번째부터) 협약식에 임석 중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 (사진=산업부)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는 이날 미국 현지에서 미국 에너지부·국무부와 이 같은 기관 간 약정을 맺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가서명한 내용을 이날 확정한 것이다. 이호현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과 권기환 외교부 글로벌다자외교조정관, 앤드류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국제협력 차관보, 엘리엇 캉 미국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차관보 4명이 서명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함께 임석했다.

이번 약정의 내용은 양국 정부가 70년에 걸친 민간 원자력 분야 협력 경험을 강조하고 양국 정부가 민간 원자력 기술에 대한 양국 수출통제 관리를 강화하되, 제삼국 원전 수출을 위한 협력 체계(프레임워크)를 마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형모듈원자로(SMR)을 등 원자력 분야 신기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협력 내용도 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글로벌 포괄 전략동맹으로서 양국의 깊은 신뢰에 기반해 그로벌 시장에서 호혜적 협력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이번 정부간 협약이 당장 올 3월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진행 중인 24조원 규모 한수원의 체코 원전 2기 수출 협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여부다. 양국 정부기관이 이번 협약에 따라 민간 원전 수출 때 정부간 협력 프레임워크를 구축기로 한 만큼, 제 역할을 한다면 당장 이번 체코 원전 수출에서 한수원-웨스팅하우스 간 분쟁을 중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전경. 체코 측은 이곳에 원전 2기를 신설키로 하고, 지난해 7월17일(현지시간) 이곳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했다. (사진=한수원)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체코 측은 이미 지난해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만큼 현재 진행 중인 세부 계약조건과 금액 등 협의만 마치면 계약이 성사된다. 문제는 미국계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1970년대 초기 원전 핵심기술 한국 이전을 이유로 지재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당국의 원자력기술 수출통제 원칙과 맞물려 체코 원전 수출에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남겨져 있다. 한수원은 현 한국형 원전이 우리 독자 기술이고 독자 수출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과 한미 동맹관계를 고려했을 때 법적 분쟁을 이어나가는 데 실익이 없다.

이번 약정이 법적 효력이 없는 MOU이고 양국 정부가 공백·교체기라는 점에서 이 약정이 실효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국회의 대통령 탄핵 의결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 시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미국 역시 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자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이달 20일(현지시간) 2기 행정부를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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