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는 과욕과 공포가 교차한다. 침체국면에서 공포가 지나치면 시장은 가격 조절 기능을 잃고, 기업의 가치까지 왜곡된다.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급락은 그런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인공지능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세계 최고 실적을 내놓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마저 투매의 대상이 됐고, 시장 전체가 패닉에 빠졌다. 사상 최대의 이익 발표에도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은 한국 증시가 얼마나 불안정한 심리에 휘둘리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의 증시 사태를 모두 레버리지 ETF 탓으로 돌리는 것도 온당하지 않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개인투자자의 투기적 매매를 부추기고 상승과 하락을 증폭시키는 구조적 문제는 확연히 드러났다. 뒤늦게 투자 한도와 거래 규제에 나선 금융 당국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레버리지 ETF는 변동성을 확대하는 촉매일 뿐 근본 요인은 특정 종목에 지나치게 쏠린 투자 구조와 무분별한 추격 매매, 욕심과 공포가 순식간에 뒤바뀌는 시장 심리에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가 다시 극단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삼전닉스’가 놀라운 실적을 내고도 주가수익비율(PER)은 해외 경쟁기업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기업의 본질 가치보다 공포가 가격을 좌우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관투자가 역할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장기 투자자이자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은 시장이 과열될 때는 과열을 식히고, 공포가 극심할 때는 이를 안정시키는 역할이 기대된다. 그러나 현재의 운용 체계와 각종 제약 때문에 이러한 완충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냉철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시장을 인위적으로 떠받치라는 게 아니라 과도한 시장 왜곡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의 여지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투자자들도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옥석을 가리지 않는 투매는 결국 자기 손실만 키울 뿐이다. 이번 급락은 정부에도 뼈아픈 교훈이 돼야 한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비롯한 시장 제도를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보완책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