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나의 올 댓 트렌드)코드네임 LBD, 리틀 블랙 드레스

김서나 기자I 2008.12.17 10:47:42
[이데일리 김서나 칼럼니스트] 송년 모임이 이어지는 연말이다. 아무리 불황이라고 해도 만날 사람들은 만나야하는 것. 오랜만에 가지는 모임인 경우 패션에도 특히 신경이 쓰이는데, 너무 힘준 것 같지 않으면서도 세련되게 보일 수는 없을까 고민한다면, 이에 대한 해답은 LBD, 리틀 블랙 드레스에서 찾아보자.

죽음을 상징하는 색상으로 어둡고 무거운 기운에 가려져 있던 블랙을 클래식 패션코드로 끌어올린 디자이너는 바로 코코 샤넬.

1926년 샤넬은 지나친 장식을 덜어내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리틀 블랙 드레스를 발표했다.
이는 옷이 아닌, 옷을 입은 여성이 주인공이 되도록 했고, 오히려 여성의 우아한 매력을 더욱 돋보이도록 만들었다.
 
일자로 내려오는 스트레이트 실루엣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착용감을 주었고, 활동하기 좋도록 무릎까지 짧아진 길이 역시 많은 여성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낮엔 카디건이나 트위드 재킷과 함께 일상복으로, 저녁엔 숄과 클러치 백, 가느다란 힐과 만나 파티 룩으로 변신하는 다재다능한 아이템, LBD.

샤넬의 리틀 블랙 드레스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스타일이었지만 어떤 계층의 여성이든 도전해볼만한 어렵지 않은 트렌드였고, 자유분방한 20년대 플래퍼들을 매료시킬만한 룩이었다.
LBD를 얘기하자면 오드리 헵번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헵번은 가녀린 몸매와 잘 어울리는 간결한 라인의 지방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리틀 블랙 드레스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영화 속에서 헵번은 조금씩 다른 모습의 LBD 스타일들을 연출했는데, 티파니의 쇼 윈도우 앞에서 빵을 먹을 때의 드레스는 무릎에서 내려온 길이였지만 길게 슬릿이 들어갔고, 여기에 커다란 선글래스와 긴 장갑, 그리고 코코 샤넬도 즐겼던 진주 목걸이를 둘러 우아한 분위기를 냈다.

아파트에서 파티를 열었을 땐 이국적인 주얼리를 매치해 좀 더 화려하게 변신했고, 싱싱 교도소에 면회를 가기 위해 나설 땐 무릎까지 올라간 짧은 원피스에 스카프가 둘러진 챙 넓은 모자를 써서 색다른 룩으로 외출 준비를 했다.

이렇듯 리틀 블랙 드레스는 조금씩만 변화를 주면 자주 입어도 티가 안 난다는 장점도 가졌다.

레드 카펫의 주인공으로 꾸준히 활약하고 매 시즌 디자이너들의 패션쇼에 빠지지 않는 리틀 블랙 드레스는 올 겨울 블랙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더욱 힘을 얻었다.
 
칼 라거펠트는 레이스와 프릴, 플리츠로 코코 샤넬 시절보다 어려진 로맨틱 LBD를 표현했고, 지방시의 디자이너 리카르도 티시는 단아한 오드리 헵번 보다는 개성적인 고딕 레이디를 위한 LBD를 내놓았다.

심플한 스타일로 출발한 리틀 블랙 드레스는 디자이너들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하지만 디테일이 가미되고 디자인이 복잡해지더라도 튀어 보이지 않는 것은 블랙 색상이 이 모두를 감싸주기 때문.

LBD의 디자인은 단순하게 유지하면서 스타일링으로 변화를 주는 경우도 많이 보인다.

에린 페더스튼은 소녀풍의 미니 블랙 드레스에 회색, 와인색 타이츠를 코디네이트했고, 질 스튜어트는 부드러운 실루엣의 니트 드레스에 진주 대신 중세풍의 메탈 장식을 드리웠으며,우아한 느낌의 주름진 블랙 드레스를 만든 필립 림은 위에 골드 가죽 재킷을 걸쳐 믹스 앤 매치를 시도했다.

요조숙녀에서 팜므파탈까지 다양하게 얼굴을 바꾸는 LBD. 앞으로 다양한 LBD와 만나도보고 함께 여러 모습으로 변신도 해보자, 그러다보면 오랜 후에도 옷장 속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의 베스트 LBD를 찾게 될 것.


김서나 비바트렌드(www.vivatrend.com) 대표 및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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