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에는 KS인증이 취소된 충남 보령의 한 레미콘제조업체가 공사현장에 대량의 레미콘을 납품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됐다. B사는 지난달 19일까지 보령지역 18곳의 공공 공사장에 모두 레미콘 차량 838대(5033㎥)분량의 불량 레미콘을 공급했다.
중소레미콘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공사용 자재 직접 구매제도’를 악용하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공사용 자재 직접 구매제도를 통해 납품한 자재를 ‘관급자재’라고 한다. 불량 관급자재가 공공기관이 발주한 건설현장에 쓰이면서 공공기관 건물을 이용하는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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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물량은 레미콘공업협동조합(이하 레미콘조합)가 단독 응찰해 가져가 낙찰받은 물량을 건설현장 근처 중소레미콘업체에 배정해준다. 중소레미콘업체 입장에서는 레미콘조합에 밉보일 필요 없이 적정가격에 물량을 안정적으로 배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입찰에 뛰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안정된 물량이 보장되면서 일부 중소레미콘업체들은 품질 개선에 크게 관심을 갖지않고 저급 품질을 공급하는 행태를 고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레미콘의 품질뿐 아니라 레미콘업체들의 서비스도 나빠져 건설 현장 곳곳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실제로 A건설을 맡은 한 건설사는 얼마 전 레미콘 차량 5대를 요청했다. 하지만 약속된 시간에 도착한 트럭은 단 두 대뿐. 이유를 묻자 레미콘업체는 “다른 중요한 일이 생겨 못가게 됐다”고 변명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레미콘을 분할해서 굳히게 되면 굳는 강도가 제각각이 돼 안전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레미콘업체의 횡포 때문에 건물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서상무 레미콘조합 회장은 “이런 구조가 전혀 문제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중소레미콘업체들을 관급자재로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대기업과의 경쟁에 밀려 결국 모두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건설사가 문제를 제기할 경우 레미콘 전량 회수조치를 취하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취지 자체가 잘못됐다고는 볼 수 없다. 사람이 잘못이지 제도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해당 중소레미콘업체들이 위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처벌 체계를 다잡는 일은 필요하다고 공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