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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법원은 “이 사건 토지가 실제로 건물 차량 출입에 이용되는 통행로이긴 하지만, 소유자가 이를 영구적으로 포기한 증거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수십년간 묵인해 온 사실, ‘도로(대지) 사용동의서’를 써준 전력 등이 있어도, 그것만으로 토지 소유자가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확정적으로 포기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에 따라 빌라 주민들이 토지 소유자에게 통행로를 돌려주고 토지를 돌려줄 때까지 돈도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2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소유자가 스스로 도로로 제공했고, 일반 공중도 별다른 제한 없이 사용해 왔으며, 오랜 기간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는 점을 충분히 살피면, 이미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가 제한된 상태’가 형성됐을 수 있다고 봤다. 즉 “망인이 1963년경 토지를 분할해 해당 부지를 도로로 쓰도록 해 왔고, 이 사건 각 토지 부분이 사실상 누구나 주차하고 지나갈 수 있을 만큼 개방돼 있었다는 점”이 특히 중요하게 언급됐다.
둘째, 원고가 부친으로부터 해당 토지를 상속받은 뒤에도 건물 건축 과정에서 ‘도로(대지) 사용동의서’를 제출해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해 왔다면, 이는 기존 소유자로부터 내려오던 도로 제공·개방 의사가 단절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오랫동안 문제가 없었다는 ‘묵인’ 차원을 넘어 적극적으로 도로 사용을 허락한 흔적이 이어진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 원심이 “소유권 포기나 사용수익권 제한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으나, 대법원은 정반대로 “앞서 본 정황들을 종합하면 망인이나 원고가 이 사건 각 토지 부분을 스스로 도로로 제공했고, 이에 따라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가 실제로 상당 기간 제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렇다면 해당 부분을 더 면밀히 심리하지 않고 “제한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이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토지 소유자가 일반 공중의 통행로로 무상 제공·용인한 사정이 있다면, 금반언이나 신의성실 등의 원칙상 그 이용 상태가 계속 유지돼야 할 수 있고, 그로써 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가 제한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법리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다만 “그렇다고 소유자가 ‘소유권을 영구적으로 상실’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정변경의 요건이 갖춰지면 다시 권리행사를 할 수도 있다”는 기존 입장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소유권 행사의 자유와 그동안 쌓인 공중 이용관계 사이에서, 신의성실과 금반언의 법리를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되짚었다고 할 수 있다. 관건은 ‘소유자가 토지를 사실상 도로로 제공·개방함으로써 발생한 신뢰와 편익이 어느 정도인지, 이후에도 동일한 태도를 유지했는지’를 정확히 가려내는 것이다. 그 판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원심판결은 오해가 있었으므로, 파기환송 후 다시 심리받게 됐다는 점이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남게 됐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행정법원·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서울지방변호사회 청년변호사특별위원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