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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임대차보증금 행방 입증 못해도 횡령 단정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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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관 기자I 2026.09.25 09: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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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에 위임 받아 20년 이상 건물 관리한 형
건물 지분 증여 받은 동생, 보증금 반환 문제 생기자
업무상횡령 주장…1·2심 징역형의 집유 '유죄' 판단
대법 "광범위한 재량 부여…불법영득의사 추단 안돼" 파기환송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가족들로부터 건물 관리를 위임받아 20년 이상 임대차보증금을 관리해 온 경우, 보증금의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이를 업무상 횡령으로 처벌할 수 없단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사진=연합뉴스)
대법원.(사진=연합뉴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A씨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5000만원 지급을 명령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모친의 위임을 받아 1996년부터 서울 노원구 소재 19개 호실 규모 원룸 건물을 관리하면서 임차인들과 임대차계약 체결, 임대차보증금 반환, 건물관리에 필요한 경비 지출 등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모친은 건물 지분을 A씨 형제인 B·C씨에게 절반씩 증여했으며, 이후에도 A씨는 건물 관리 업무를 도맡았다.

문제는 2020년 A씨가 임대차 계약이 끝난 한 임차인에 임대차보증금 5000만원을 돌려주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결국 B씨는 임차인에게 5000만원을 대신 지급한 뒤 A씨에게 이를 반환해 달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또 A씨는 다른 임차인의 임대차 계약 만료에 따라 3000만원을 돌려주란 B씨 요청도 거부하면서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5000만원 지급을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임차인이 피고인에게 지급한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이들에게 그대로 반환돼야 할 것으로서 그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며 “피고인이 이 임대차보증금을 다른 임차인들의 보증금 반환을 위해 지출했더라도 그 자체로 용도 이외 사용으로서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어떠한 자금의 구체적 사용목적, 사용처, 사용시기 등에 관해 보관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을 가지고 사용할 권한이 부여돼 있고 지출 후에도 사후보고나 증빙이 요구되지 않는 성질의 것이라면, 보관자가 자금 사용 후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해다 해 함부로 불법영득의사를 추단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20년 이상 모친과 형제들로부터 명시적·묵시적으로 이 사건 건물의 관리를 위임받아 수시로 발생하는 보증금 수령·반환 및 관리 비용 지출 업무에서 광범위한 재량을 가지고 이를 사용할 권한이 사실상 부여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사정을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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