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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갚는다는 건가요” 홈플 사태에 폭탄 맞은 입점사들

한전진 기자I 2025.03.09 15:07:29

A중소협력사, 총 1억원 홈플에 묶여 ‘발동동’
“MD 못 만나고 공문도 못 받아” 답답함 증폭
홈플 ‘현금결제’ 제안했지만 “지급일정은 아직”
제조사 아닌, 중간 유통사 피해도 상당할수도
"지인 돈 빌려 월급 지급"…입점 매장도 '답답'

[이데일리 김정유 한전진 기자] ‘홈플러스 사태’에 따른 후폭풍이 중소협력사, 영세 입점 매장을 강타하고 있다. 기업회생 신청 후 홈플러스 측으로부터 별다른 공문도 받지 못한 데다 담당 상품기획자(MD) 접촉도 불가해 업체들이 속만 태우고 있다. 홈플러스 측이 지급 재개를 공언했지만 아직 명확한 일정도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영등포구 홈플러스 영등포점 모습. 홈플러스는 지난 4일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했다. (사진=뉴스1)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가공식품 업체 A사를 운영하는 B대표는 홈플러스 사태가 터진 이후 현재까지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A사는 당초 지난달 28일 받아야 할 대금이 4000만원이었지만 홈플러스 어음 결제가 떨어지지 않으면서 받지 못한 상태다. 이달 받을 대금도 6000만원 정도라 약 1억원이 홈플러스에 묶인 셈이다. 현재 홈플러스 중소 납품업체들은 대부분 어음 거래를 하고 있다.

이번 사태 후 롯데나 CJ(001040) 같은 대형 식품업체들은 선제적으로 납품 중단 카드를 꺼낼 수 있었지만, A사 같은 중소업체는 꿈도 꾸지 못한다. B대표는 “대기업들과 달리 우리 같은 중소업체들은 선제적으로 납품 중단을 할 수가 없다”며 “자칫 홈플러스에서 영구적으로 거래를 끊을 수도 있는 위치인 만큼 지금으로선 섣불리 움직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홈플러스 사태가 불거진 후 A사는 백방으로 담당 상품기획자(MD)와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며칠째 담당 MD와는 연락도 되지 않는 상태다. 때문에 A사는 MD 얼굴도 보지 못한 채 홈플러스 본사 측과 이메일로만 소통 중이다. 홈플러스가 가용 현금 3000억원을 사용해 일반 상거래 채권에 대한 지급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명확한 지급 일정에 대한 확답도 받지 못한 상태다.

홈플러스 측은 최근 A사에 어음이 아닌 현금 결제를 제안했다. 기존 계약서를 바꿔야 하는데, 이에 따른 대금 지급 기간 등 세부 조건들이 달라져야 한다. 그럼에도 대금 지급 일정에 대한 정확한 공지가 없는 셈이다. B대표는 “지급을 언제쯤 할 수 있을지 물어보니 ‘현재 순차적으로 하고 있어 날짜를 확정하긴 어렵지만 중소기업을 우선순위로 할 것’이란 답변만 받았다”며 “지급 의지만 있다면 전산으로 1분이면 수백개 업체에 지급할 수 있을 텐데 어떤 기준으로 하는 건지 몰라 답답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홈플러스 입점 매장들 역시 잠을 설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2020년 홈플러스에 입점해 사진관을 운영 중인 C씨는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에 들어간 후 본사로부터 정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1월부터 지금까지 그 금액만 1800만원에 이른다. C씨의 입점 매장은 ‘수수료 매장’이다. 이는 손님이 매장에서 결제를 하면 홈플러스가 먼저 돈을 받는 구조다. 이후 홈플러스가 임대료 등 관리비를 땐 뒤 매장 본사에 돈을 준다. 이후 본사가 최종적으로 매장에 급여 등을 지급한다.

C씨는 “현재 1월 600만원, 2월 1200만원을 받야아 하지만 아직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사업자 정책 대출을 알아보고 있지만 홈플러스와 직계약을 한 매장들만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매장을 비울 수 없어 다른 금융 대출은 알아볼 겨를도 없는 상황”이라며 “직원 두 명의 월급을 주변 지인에게 빌려서 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입점 매장은 아예 홈플러스 단말기 교체에 나서는 중이다. 홈플러스에 결제금을 넘기기보다 직접 돈을 받는 것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C씨는 “일부 매장은 미정산 우려에 홈플러스 단말기를 외부 업체 단말기로 교체하는 곳도 있다”면서 “다만 추후 횡령과 배임 건으로 소송 여지가 있어 아직 우리 매장은 홈플러스 단말기를 사용 중”이라고 했다.

홈플러스도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일 일반 상거래 채권 지급을 재개했다. 다만 공익채권인지 회생채권인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업체들의 밀린 대금과 관련한 일반 상거래 채권은 크게 공익채권과 회생채권 두 가지인데 기업회생절차 발생 20일전, 즉 2월 12일을 기준으로 공익채권은 그 이후 발생한 채권이다. 이는 법원 승인 없이 홈플러스가 지급할 수 있다. 하지만 기준일 이전에 발생한 채권은 회생채권으로 홈플러스의 신청을 거쳐 법원 승인이 나야 지급할 수 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의 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에서 오뚜기 참깨라면 등 일부 제품이 비어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부분 업체가 받을 1월 대금은 회생채권에 속한다. 홈플러스는 지난 6일 회생채권 지급을 법원에 요청했다. 법원은 이튿날 이를 승인했고 홈플러스는 순차적으로 변제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명확한 일정은 제시하지 않아 협력사와 입점 업체의 속은 타들어가고만 있다.

B대표는 “정말 화나는 부분이, 언론보도를 보면 회생신청 이후 대형기업엔 공문도 보냈던 것 같은데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아예 받지도 못했고 담당 MD와도 연락이 안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사는 지난해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때도 대금이 묶여 아직까지 4000만원을 받지 못한 상태여서 더 답답한 상황이다.

B대표는 “중간 유통상들의 피해도 상당히 클 것”이라며 “중간에서 제조사에 돈을 주고 제품을 받아 납품하는 유통상들은 홈플러스에 대금을 받지 못하면 사업상 유동성이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C씨 역시 “본사도 홈플러스로부터 언제 돈을 받을 수 있을지 확답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면서 “언제까지 지인 돈을 빌려 매장을 운영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홈플러스가 갚는다는 말만 하지 말고 구체적인 변제 일정을 공개해야 것”이라고 꼬집었다.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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