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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위 위에 펼친 무한한 춤의 변주[문화대상 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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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기자I 2026.10.13 06: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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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리뷰
국립무용단 '더블빌: 시나위'
50년 세대차 배정혜·배진호
살풀이와 현대 춤사위 만남
한국춤의 새 가능성 탐색

[김진원 대한민국전통무용협동조합 이사장] 하나의 전통에서 출발한 두 개의 춤이 만들어낸 대비는 강렬했다. 국립무용단의 신작 ‘더블빌: 시나위’(10월 8~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가 남긴 인상이다. 2026~2027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국립무용단의 첫 공연으로, 5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배정혜와 배진호의 만남이 이뤄졌다. 배정혜의 ‘살풀이 생(生)’과 배진호의 ‘아라’(AHRA)는 시나위에서 출발했지만 확연히 대비되는 두 개의 시선을 보여줬다.

국립무용단 ‘더블빌: 시나위’ 중 배진호 '아라'의 한 장면(사진=국립무용단).
국립무용단 ‘더블빌: 시나위’ 중 배진호 '아라'의 한 장면(사진=국립무용단).
‘아라’에서 안무가 배진호는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에너지를 섬세하고 세련된 현대적 춤사위로 풀어냈다. ‘아라’는 존재의 근원이자 원초적 자아의 내면을 상징한다. 무용수들은 정해진 춤의 형식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음악의 리듬과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몸의 미세한 떨림에서 시작된 움직임은 점차 커지며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했고, 무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이러한 움직임은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불교 사상의 무상(無常)과 번뇌에서 벗어난 고요한 상태인 적정(寂靜)을 연상케 했다.

배진호는 아리랑이 지닌 다양한 정서와 시나위의 즉흥성을 한국춤의 움직임으로 엮어냈다. 아리랑과 시나위는 닮은 듯 달랐고, 때로는 어색함과 부조화가 느껴지기도 했다. 배진호는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체하고 재해석해 독자적인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자개 장식을 닮은 새와 꽃 등의 문양이 새겨진 검은색 전신 타이즈는 현대적인 실루엣과 독특한 한국적 이미지를 연출했다. 여기에 절제된 공간 구성이 더해져 한국춤의 다양성과 독창성을 한층 부각했다.

국립무용단 ‘더블빌: 시나위’ 중 배정혜 '살풀이 生'의 한 장면(사진=국립무용단).
국립무용단 ‘더블빌: 시나위’ 중 배정혜 '살풀이 生'의 한 장면(사진=국립무용단).
배정혜를 수식하는 찬사가 수없이 많듯, 그녀의 DNA에는 예술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그녀가 걸어온 삶의 마디마다 한국 전통춤의 역사와 깊이가 녹아 있다. 배정혜만의 감각으로 구축해 온 ‘신(新) 전통’의 미학은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펼쳐졌다. 이매방류 살풀이춤, 한영숙류 살풀이춤, 김숙자류 도살풀이춤, 김수악류 교방굿거리춤 등 4가지 전통 춤사위를 바탕으로 배정혜 특유의 기교와 호흡이 그려낸 한 폭의 산수화가 바로 ‘살풀이 生’이다.

살풀이는 단순히 맺힌 한을 푸는 과정을 넘어 묵직한 호흡으로 전해지는 삶의 무게이자, 새로운 생명력으로 나아가는 카타르시스의 과정이다. 맺고 어르고 푸는 ‘정중동의 미학’은 멈춤에서 떨림으로, 격렬함에서 내면의 고요함으로 흐르는 순환의 원리를 담고 있다. 수건을 돌리며 그려내는 공간의 궤적은 윤회를 벗어나려는 수행자의 모습과도 같았다. 시나위가 지닌 부조화 속의 조화로움은 무용수들의 깊은 호흡에 무게를 더하며, 농현의 울림과도 같은 깊은 감동을 전했다.

50년의 세대 차이를 지닌 두 안무가가 하나의 ‘시나위’라는 명제 아래 상반된 방식으로 그려낸 한국춤의 다양성은 ‘더블빌: 시나위’의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 보였다. 배진호의 ‘아라’에서는 한국춤의 예술적 가치와 철학적 사유의 지속 가능성을 봤고, 배정혜의 ‘살풀이 生’에서는 오랜 시간 축적된 몸짓이 국립무용단원들의 손끝에 맺힌 애환과 발디딤의 절제로 되살아났다.

국립무용단 ‘더블빌: 시나위’ 중 배진호 '아라'의 한 장면(사진=국립무용단).
국립무용단 ‘더블빌: 시나위’ 중 배진호 '아라'의 한 장면(사진=국립무용단).
국립무용단 ‘더블빌: 시나위’ 중 배정혜 '살풀이 生'의 한 장면(사진=국립무용단).
국립무용단 ‘더블빌: 시나위’ 중 배정혜 '살풀이 生'의 한 장면(사진=국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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