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군대에 대한 노동당의 지도를 관철하기 위한 조직으로 일반군관과 달리 정치군관을 두고 있습니다. 정치군관은 장병들에 대한 사상지도와 당 조직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김일성정치대학에서는 북한군 고급 정치군관을 양성하는 곳입니다.
이와 달리 강건명칭 종합군관학교는 6.25 전쟁 당시 사망한 북한군 총참모장 강건의 이름을 딴 학교로, 정규 과정 학생들은 졸업 후 소위로 임관해 초급 보병지휘관으로 임용됩니다. 우리 육군사관학교와 일부 기능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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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2월 24일 창립 80주년을 맞은 김일성정치대학을 찾아 북한군이 “당의 군대, 인민의 군대로서 정치사상적, 정신도덕적 우월성을 고수·강화해야 한다”면서 “군대를 군사기술적으로 무장시키기에 앞서 사상적으로 무장시키는 것이 군 건설에서 중핵으로 된다”고 했습니다. 군의 무장력을 구성하는 요소인 병력과 무기체계와 더불어 정신전력을 강조한 대목입니다.
이어 2월 25일 강건명칭 종합군관학교에서도 “군대의 질적 강화와 위력은 전술급 단위 초급지휘관을 어떻게 키워내는가 하는데 크게 달려있다”면서 “군사교육부문에서는 마땅히 학생들에게 군사지식을 전수하기에 앞서 혁명을 하겠다는 견결한 혁명의식부터 심어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군의 사상무장을 강조한 것입니다.
합참은 이같은 김 위원장의 북한군 사상을 역설한 배경으로 북한군의 사상적·도덕적 기강 해이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대내외적 유동기에 군심 결집과 한류 등 외부사조 유입을 차단하고 러시아 파병군의 대량 피해 소식 등의 군내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 군 역시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파면을 계기로 장병 정신교육에 대한 점검과 재정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제복 입은 민주시민’으로서 신뢰를 받아온 우리 국군이 하루아침에 국민에게 총구를 겨눈 반민주적 배신행위를 한 꼴이 됐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문에서 “대통령이 국회의 권한 행사를 막는 등 정치적 목적으로 병력을 투입함으로써 국가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사명으로 해 나라를 위해 봉사해 온 군인들이 일반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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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군의 정신교육의 ‘바이블’인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는 그 내용이 보수-진보 정부 교체 때마다 바뀌고 있습니다. 물론 외관상 대분류인 국가관·안보관·군인정신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하지만 세부 교육내용과 해석, 강조점이 달라져 장병들의 가치관 혼란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대북인식이 ‘안보관’에서 ‘대적관’이나 ‘종북세력’이라는 용어로 변경되고, 상명하복이 ‘한계’에서 ‘군기’를 강조하는 것으로 바뀐 대목이 대표적입니다.
또 문민정부 출범 이후에도 체계적인 민주군대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민주주의와 민주군대, 문민통치, 군복 입은 민주 시민, 헌법교육, 장병 기본권 교육 등이 반영되지 않거나 왜곡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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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군 정신교육은 ‘지휘관 중심’ 교육이 국방부 지침이지만, 간부들 참여는 저조해 ‘병 중심 교육’이 된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번 12·3 비상계엄에 장성 등 고위 간부들이 동참한 것은 정신적 면역체계가 무뎌진 것과 연관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해군 정훈장교 출신인 임명수 이화여대 특임교수는 “일부 고위 장성급 지휘관 등이 비상계엄에 동참했으나 대다수 장병은 소극적으로 참여해 국가적 참사를 막았다는 점에서 제한적이나마 장병 정신교육의 유용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전 장병의 지속적인 민주군대의 정신교육 강화로 재창군 수준의 민주군대 건설이 필요하다”면서 “민주군대 2.0 T/F’(가칭)의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국회-군-민간 전문가의 검토와 합의를 거쳐 객관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된 장병 정신교육 교재를 발간·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