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이 큰 회사의 경우 기존 건물을 매각하고 계열사가 보유한 건물로 들어가거나, 서울시내에서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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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작년 초부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비용 절감에 돌입했으며, 다수 계열사들도 사옥 이전에 나섰다.
SK그룹은 지난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경쟁력 있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SK그룹이 작년 한 해 매각한 자산은 SK렌터카, SK매직 가전사업,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 어센드 엘리먼츠, 베트남 최대 식음료·유통기업 마산그룹 유통 전문 자회사 원커머스 등이다.
작년 말에는 우티와 SK스페셜티도 매각했다. 우티는 SK스퀘어 자회사(지분 60.09% 보유) 티맵모빌리티와 우버가 각각 49%, 51%씩 출자해 설립한 합작 회사다. 티맵모빌리티가 보유한 우티 지분 전량을 우버가 인수했다.
SK스페셜티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등에 사용되는 특수가스 제조 및 판매 사업을 하는 회사다. SK스페셜티 지분 85%는 한앤컴퍼니가 2조7008억원에 매입했다.
이같은 구조조정과 더불어 SK그룹 계열사들도 여럿 사옥을 이전했다. 새로 둥지를 튼 건물은 SK그룹 산하 SK리츠가 보유한 건물인 ‘충무로15빌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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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SK리츠에서 사들였다. 건물은 지하 4층~지상 15층, 연면적 2만1641.11㎡(약 6546평) 규모며, 향후 명칭이 ‘SK-C타워’로 변경된다. 각 SK그룹 계열사당 임차면적 비중은 SKC(59%), SK C&C(21%), 티맵모빌리티(20%) 순이다.
SK가 지분 40%를 보유한 SKC는 기존에 있던 서울 종로구 ‘더케이트윈타워’에서 ‘충무로15빌딩’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SKC는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손실 규모가 2008억원에 이른다.
SK C&C도 기존에 있던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충무로15빌딩으로 이전한다. 티맵모빌리티도 서울 중구 ‘대신 파이낸스센터’ 건물을 떠나 충무로15빌딩에 새로 자리잡게 된다.
장현주 컬리어스 이사는 “그랑서울 타워1에 임차하고 있는 SK그룹 계열사도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SK그룹의 사업 조정에 따른 임차 이동 계획은 올해에도 도심권역(CBD) 임대차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손실’ KB부동산신탁, 본사 팔고 계열사 건물로
KB부동산신탁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프라임 오피스 ‘강남N타워’ 22~25층까지 4개 층을 본사로 사용하고 있었다.
다만 비용 절감의 일환으로 본사인 ‘강남N타워’를 매각하고 계열사 KB라이프생명보험이 보유한 ‘KB라이프타워’로 이전할 예정이다.
해당 건물은 지하철 2호선·신분당선 환승역인 강남역과 3호선·신분당선 환승역인 양재역에서 모두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KB부동산신탁은 강남N타워를 ‘케이비강남오피스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보유하고 있다. 다음달 입찰 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리츠의 주주로는 △리치먼드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83호(신탁업자 국민은행이 종류주식 25.51% 보유) △군인공제회(종류주식 지분율 18.37%) △새마을금고중앙회(종류주식 지분율 12.24%) △교정공제회(종류주식 지분율 2.55%) 등이 있다.
종류주식은 보통주식과 동일하게 의결권이 인정된다. KB부동산신탁이 건물을 매각하는 이유는 부동산 개발경기 둔화로 순손실이 누적돼서다. 회사는 지난 2021년 이후 영업수익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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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계정대 대손충당금’은 신탁계정대에 대한 손실을 충당하기 위해 설정하는 대손충당금이다. 신탁계정대는 분양성과, 공정경과 등 사업진행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채무의 성격을 갖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부실로 시공사가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신탁사의 손실이 발생한다. 회사는 작년에도 손실을 지속했다.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손실은 813억원, 당기순손실은 861억원 발생했다.
◇ DL이앤씨, 올 하반기 마곡 ‘원그로브’ 본사 이전
DL이앤씨는 기존 본사 사옥인 종로구 평동 ‘돈의문 D타워’에서 올해 하반기 강서구 마곡동 ‘원그로브’로 이전할 계획이다.
디타워 돈의문은 종로구 통일로 134 일대에 있으며 지하 7층~지상 26층, 연면적 8만6267㎡ 규모로 지난 2020년 6월 준공된 오피스빌딩이다.
마스턴투자운용이 마스턴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79호 펀드를 통해 건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주요 임차인은 DL이앤씨, 농협은행, 현대자동차 등이다.
다만 NH리츠운용이 작년 11월 부동산 펀드를 통해 해당 건물 지분을 인수했으며, 이후 오는 2026년 임대료를 기존보다 약 30% 인상 요청했다. DL이앤씨로서는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건축사업의 수익성 부담이 커진 가운데 임대료까지 오르니 ‘이중고’를 겪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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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신축이면서도 임대료가 NH리츠운용 측이 요구한 액수보다 40% 저렴하고, DL이앤씨 전 직원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DL이앤씨는 오피스를 마곡 원그로브, 옛 사옥이 있는 종로구 수송동 사옥으로 이원화할 예정이다.
DL이앤씨만 마곡으로 가고 DL그룹 내 다른 계열사는 수송동 사옥으로 이전한다.
원그로브는 지하 7층~지상 11층, 4개동, 연면적 46만3098.48㎡(약 14만87.29평) 규모의 대형 복합시설이다. 지상 3층~지상 11층까지는 업무시설, 지하 2층~지상 2층까지는 ‘원그로브 몰’이 조성된다. 지하 2층에는 약 1만3223㎡ 규모의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입점 확정됐다.
심혜원 JLL 코리아 리서치 팀장은 “서울시내 오피스 임대차 시장은 여전히 낮은 공실률과 높은 임대료 등 견고한 펀더멘털을 보이지만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일부 기업들이 비용 절감, 경영 효율화를 위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으로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