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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방산·반도체 강점인 韓…'자율성' 갖고 동맹관계 재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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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희나 기자I 2026.05.06 05:00:03

미 전략자문사 ‘더 아시아 그룹’ 렉슨 류 사장 인터뷰
韓, 핵심기술 글로벌 주도국 성장…산업·안보 직결하는 시대 큰 강점
이젠 ‘전략적 자율성’ 갖춰야할 때
협상력 높이고 정책선택폭 커질 것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단순한 중동 분쟁을 넘어 세계 안보 질서와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과 에너지·물류 불안, 공급망 충격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이번 전쟁은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외교·안보 전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확산담당관을 역임한 렉슨 류 더 아시아 그룹 사장이 인터뷰에서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더 아시아 그룹)
◇“중동 휴전은 전술적 일시정지… ‘관리된 긴장’ 대비해야”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확산담당관을 역임한 렉슨 류(Rexon Ryu) 더 아시아 그룹 사장은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 앞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번 충돌은 오랜 시간 누적된 구조적 대립이 한계점에 도달한 결과”라며 “단기 휴전 중이지만 지금처럼 불안정한 긴장 상태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대이란 압박이 단순한 군사·외교 문제가 아니라 국내 정치와 동맹 재조정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식 안보 거래 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봤다. 특히 그는 워싱턴의 두 가지 결정적 판단 착오를 지적했다.

류 사장은 “미 행정부는 이란 내부의 시위를 체제 균열의 기회로 보고 압박의 수위를 높였으나 이는 오히려 이란 내 체제 결속과 보복 논리를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여기에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이스라엘이 미국의 직접 개입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최근 선언한 휴전에 대해 류 사장은 냉철한 진단을 내놨다. 그는 이를 정책의 전환이 아닌 ‘전략적 수익 체감 구간’에 따른 전술적 일시 정지로 규정했다. 그는 “전쟁 비용이 급증하고 글로벌 물류·에너지 시장의 타격이 임계치에 도달하자 미국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당분간은 해상 압박과 제재가 병행되는 ‘관리된 긴장’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 사장은 한국은 더 이상 전방을 지키는 전선 국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선진 산업 경제국이자 핵심 기술 분야의 글로벌 주역으로서 새로운 생존 문법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 기술과 산업이 국가 안보와 교차하는 시대에 이 같은 강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 사장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에너지 병목 현상, 공급망 취약성, 주요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가 곧 국가 안보 문제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은 전략적 다변화, 선택적 비축,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긴밀한 협력 그리고 핵심 분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명확한 국가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회복 탄력성의 정의를 해운 접근성, 에너지 안보, 디지털 인프라, 신뢰할 수 있는 공급업체 그리고 핵심 방산 및 기술 분야의 생산 확대 능력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렉슨 류 더 아시아 그룹 사장.(사진=더 아시아 그룹)
◇“반도체·방산·AI… 한국, 미국의 경제안보 파트너”

트럼프 행정부의 거세지는 동맹국 압박에 대해서도 그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단순한 위협이 아닌 ‘동맹의 현대화 요구’로 읽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류 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향후 방위비 분담이나 통상·투자 협상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이를 ‘동맹 약화’가 아니라 ‘동맹 현대화 요구’로 구분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동맹국들이 보다 많은 역할을 수행하길 요구하고 있지만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에서의 전략적 이해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며 “주한미군은 북한 억지뿐 아니라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 미국의 지역 전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동맹은 이제 단순한 군사 동맹을 넘어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으로 발전했고 한국은 더 이상 단순한 전선 국가가 아니라 첨단 산업과 기술 역량을 갖춘 핵심 파트너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전략적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방력, 에너지, 첨단기술, 외교 네트워크를 함께 강화해 동맹과 자국 역량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미 동맹은 여전히 핵심이지만 전략적 자율성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면서 “가장 효과적인 접근은 ‘역량 기반 자율성’이다. 국방력, 에너지, 첨단 기술, 외교 네트워크를 강화해 동맹과 자국 역량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으로 이는 한국의 정책 선택 폭과 협상력을 동시에 확대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중 경쟁이 심화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한국의 기술 전략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그는 진단했다. 특히 방산, 인공지능(AI), 사이버, 우주 분야에서 빠르게 국가전략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사장은 “기술 경쟁은 이제 혁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출 통제, 투자 규제, 표준 경쟁, 동맹 기반 공급망 구축까지 포함한다”며 “한국은 어느 분야에서 주도하고 누구와 협력할지에 대한 보다 명확한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1~2년의 글로벌 질서를 좌우할 변수로 △미·중 관계의 향방 △이란 전쟁의 확산 여부 △중국·러시아·북한·이란 간 전략적 연대 △기술·자원 통제를 둘러싼 경제 블록화 △미국 대선 등 주요 민주국가의 국내 정치 등을 꼽았다.

류 사장은 “이 변수들이 안보와 기술, 경제 질서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은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산업 경쟁력과 외교·안보 전략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원전, 방산, AI 제조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며 “이 분야의 경쟁력을 더 키우고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면 국제질서 변화 속에서도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외교적 영향력과 전략적 자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류 사장은 오는 6월 16일·17일 양일간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둘째 날 기조연사로 나서 ‘자강(自强)의 시대: 변화하는 글로벌 안보·방위 전략’을 주제로 더 깊은 통찰을 공유할 예정이다.

◇렉슨 류 사장은...

△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정치학 학사 △ 프린스턴대 공공정책 석사 △미국 국무부 및 카이로·예루살렘 주재 미국대사관 근무 △ 미 상원의원 척 헤이글 외교정책 보좌관 △ 주유엔 미국대사 부대표 보좌 △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참모 △ 미국 국방장관 척 헤이글 비서실장 △ 더 아시아 그룹(TAG) 한국사업 총괄(현) △ TAG 재단 이사회 의장(현) △ TAG 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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