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마스코트, 호랑이가 돌아왔다
방첩사의 모체는 1948년 출범한 조선경비대 정보처 특별조사과입니다. 6.25 전쟁 발발 이후 대공 전담기구 확대 필요성에 따라 1950년 육군 특무부대가 창설되면서 부대 상징으로 호랑이를 채택했습니다. 1960년 육군 방첩부대, 1968년 육군보안사령부 때도 호랑이가 부대 상징이었습니다. 1977년 육·해·공군 보안부대를 통합한 국군보안사령부 때도, 윤석양 이병의 보안사 민간인 사찰 폭로 사건을 계기로 1991년 기무사령부로 간판을 바꿔 달았을 때도 호랑이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보안사·기무사 퇴역 군인 모임은 호랑이 호(虎)를 딴 ‘충호안보연합’이었고, 여기서 발간한 월간지 이름도 ‘충호’(忠虎) 였습니다. 기무사 성당 이름도 충호성당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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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윤석열 정부들어 2022년 11월 방첩사로 또 간판을 바꿔달면서 다시 부대 상징 동물은 호랑이가 됐습니다. 지난 정부 부대 상징이었던 호랑이 조형물을 본청 뒤편 숲속에 보관했다가 다시 전면에 내놨습니다. 호랑이를 앞세운 방첩사는 다시 권력을 행사하는 부대가 됐습니다. 현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강제 수사가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방첩사는 부 의원이 저서 ‘권력과 안보: 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에 국방부 대변인으로 재직 당시 참석한 비공개회의나 당국자와의 대화 등 군사 정보를 기술한 것이 위법이라는 취지로 수사를 벌였습니다. 부 의원은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다른 당국자들의 인터뷰 내용, 군사기밀이 아닌 내용 등을 책에 기술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방첩사는 당시 민간인 신분이었던 부 의원의 자택 뿐만 아니라 출판사와 국방부 대변인실 등도 압수수색해 2023년 6월 군 검찰로 송치했습니다. 군 검찰은 7월 부 의원을 기소했지만, 아직 재판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계엄 관련 사태로 부대 해체 촉발
2018년 당시 드러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기무사가 군사권을 발동해 치안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한 정황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계엄 관련 증거나 진술, 불법성 등을 확인하지 못한 채 수사는 유야무야 끝났지만, 계엄령 검토 사실을 숨기려 한 혐의로 전 기무사 장교들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계엄 문건 작성에 관여한 인원들도 원래 소속 군으로 복귀 조치된 이후 안보지원사 창설 때 다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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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첩사에 대한 개편 논의가 또다시 화두가 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방첩사의 임무와 기능을 감찰이나 군사경찰 등 군 내 다른 조직으로 분산시켜 견제와 균형이 작동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방첩사의 권한은 막강합니다. △보안 △방첩 △정보수집 △범죄수사 △신원조사 △방산 △정보작정 등의 업무가 방첩사에 주어져 있습니다. 방첩사령관은 대통령과 독대합니다. 집권세력이나 정치권력의 악용과 일탈의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당국자미 방관자청’(當局者迷 傍觀者淸)이란 옛말이 있습니다. 바둑을 두는 사람은 미혹에 빠지기 쉽지만, 곁에서 보는 사람은 맑은 정신으로 대세를 읽는다는 의미입니다. 방첩사에게 요구되는 자세입니다. 하지만 군을 견제하고 감독해야 할 방첩사는 이번 12·3 비상계엄을 주도했습니다. 부대 해편을 자처한 모양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