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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전화를 받았어요[최기훈의 외국기업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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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기자I 2026.10.03 0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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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생활 경험없이 외국계 기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국내 기업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뒤 30대 후반에 외국계 기업으로 옮겨 고위 임원까지 지낸 금융인은 흔치 않다. 저자가 들려주는 외국계 기업의 문화와 업무 방식, 그 안에서 부딪히고 배운 생생한 장면들은 외국계 기업 취업과 커리어 전환에 관심 있는 2030 독자들에게 현실적인 길잡이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헤드헌터 전화를 받았어요[최기훈의 외국기업 생존기]
[최기훈 아자스쿨 이사] 몇 주 전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서치펌(Search Firm)의 대표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람을 찾고 있는 기업과 자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의 경력과 능력이 적합한지 논의했다. 그 당시 몇 가지 이유에서 ‘이 건은 내가 끝까지 잘 진행되긴 어렵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지난주 ‘최종 후보에 들지 못 했다’고 연락이 왔다. 이렇게 해당 포지션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고 진행 결과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경우는 전문적이고 제대로 된 헤드헌터다.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왔다고 좋아하면서 원하면 그 회사에 바로 갈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헤드헌터의 접근을 채용 제안처럼 생각해서는 안된다. 애초에 강력한 후보자를 골라 수락 여부를 묻는 성격으로 접촉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흔하지 않고 대부분은 고객사에 당신의 이력서를 제시해도 될지 허락을 구하는 연락일 뿐이다. 이 단계에서는 많은 사람이 후보군에 포함되고 면접 대상에 들고 합격까지는 갈 길이 멀다. 헤드헌터 입장에서는 다양한 후보를 많이 제시하는 것이 실적이 되기도 하고 다음에 다른 포지션을 진행할 때를 위한 데이터베이스도 된다.

또 처음부터 급여 조건에 대해 따지는 사람도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일단은 해당 포지션에 내가 얼마나 적합한지를 먼저 보여주고 그다음에 상대방이 채용하고 싶어 하면 내 가치를 어떻게 인정해 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순서다. 임원급 레벨에서 완전한 연봉제 계약을 하는 외국계 기업과 연봉 협상을 하는 경우 다양한 맞춤형 협상이 가능하다. 실적에 자신이 있다면 “나는 기본급을 줄이고 성과급 비중을 높여 달라”, 자녀가 없다면 “가족에 대한 학자금 지원은 필요 없으니 그만큼은 연봉에 넣어 달라”, 외국에서 온 사람이라면 “가족과 함께 본국에 갈 왕복항공편 비용을 연간 2회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할 수도 있다.

특히 경력직의 이직에서는 회사가 나를 고르는 것만큼이나 내가 회사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면접 자리는 일방적인 심사가 아니라 서로 궁합이 맞는지 살펴보는 자리다. 연봉, 직급, 회사 이름만 볼 것이 아니라 상사가 될 사람이 어떤 스타일인지, 내가 관리해야 할 직원들이 누구인지도 체크할 항목이다. 가게 될 회사의 내부 직원을 통해 알아볼 수 있으면 가장 좋을 것이다. 입사 후 앉게 될 책상 위치까지 살피는 사람을 본 적도 있다.

입사가 결정되면 대부분 새로운 회사에서는 “최대한 빨리 출근해달라”고 한다. 그러나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 적당한 이유를 제시하면서 좀 쉬거나 여행을 다녀온 후 새로운 직장에 가도 된다. 맘에 드는 사람을 뽑기로 했는데 그 사람의 출근이 몇 주 늦어진다고 해서 그다음 후보자로 넘어가거나 다른 사람을 다시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새 회사 입사가 확정되고 계약서 서명까지 한 후에 지금 다니는 회사에 알려야 한다. 급한 마음에 좀 빨리 이직 얘기를 꺼냈다가 일이 꼬이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 퇴사 절차의 하나로 인사팀에서 공식적인 퇴사면담(Exit Interview)를 하기도 한다. 퇴직 사유가 뭔지, 새로 가게 되는 회사의 처우는 어떤지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요즘에는 이직을 위해 링크드인(LinkedIn) 같은 소셜 네트워크나 플랫폼을 많이 활용한다. 어떤 경로를 통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이다. 서류에 나타나는 경력이나 면접보다도 평판조회(Reference Check)를 통해 함께 일했던 사람에게서 듣는 의견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내부 직원의 추천을 통해 입사하게 되면 추천한 직원에게 금전적 보상을 해 주는 기업도 있다. 그만큼 추천이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헤드헌터에게 줄 비용을 절약했다는 개념이기도 하다.

지금은 괜찮은 직장에 취업하기가 무척 힘든 시대다. 단번에 내가 원하는 직장을 잡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결국 완전히 맘에 들지는 않더라도 일단 되도록이면 나쁘지 않은 곳에 들어가서 경력을 쌓고 실력을 증명해 두세 번 옮기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성실하게 근무하면서 자기계발을 하고 동료들에게도 신망을 쌓아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기훈 이사 =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하나은행, 미래에셋증권, 피델리티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SC제일은행 등 금융권에서 30여 년을 근무하고 지금은 국내 최대 체험학습 플랫폼 아자스쿨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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