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처럼 초과이윤에 대해 세금을 더 부여하고, 이 세금을 다른 곳이 아닌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볼 수 있다. 초대기업의 성과급 문제도 이제는 기존 방식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노사관계 전문가인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을 계기로 초과이윤 재분배와 교섭 방식의 변화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이재명 정부의 주요 노동 관련 국정과제를 설계한 인물이다.
정 교수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임금 갈등으로 볼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인공지능(AI)·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이윤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촉발한 사건이라는 얘기다.
그는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하는데, 일본의 영업이익 1위 기업부터 30위 기업까지 다 합쳐도 200조원이 안된다”며 “SK하이닉스 영업이익까지 더하면 일본도 놀랄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기업의 초과이윤이 생각보다 상당하다”며 “하반기부터 돈이 엄청나게 풀릴 텐데 부가 한쪽으로 쏠리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 교수는 반도체 산업을 넘어 향후 자동차 등 다른 산업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재분배에 대한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안으로는 ‘목적세’ 형태의 과세를 제시했다. 그는 “아주 이례적인 성과에 대해 목적세 방식으로 세금을 부여하는 방안이 있다”며 “그 세금을 반도체 산업의 청년 채용, 기술개발(R&D), 관련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목적으로 사용해 해당 산업의 부흥을 위해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적세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부과하는 세금으로, 해당 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특별세다. 농어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과하는 ‘농어촌특별세’가 대표적이다.
또한 정 교수는 성과급을 둘러싼 교섭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청노조도 원청노조와 함께 교섭을 진행하는 ‘초기업 교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전체 산업 안에 있는 모든 노동자들이 교섭에 참여해서 성과급에 대한 분배 방식을 정하는, 지금보다 확대된 형태의 교섭이 필요하지 않나”라며 “지금은 과반수 노조가 교섭을 하다 보니 해당 노조의 조합원들만 챙기게 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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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초과이윤 재분배를 위한 방안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특정 산업에 적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재건축했을 때 생각보다 너무 많은 이득이 나오면 그 초과분을 국가가 환수하고, 이걸 국가와 지자체가 주거 안정과 서민의 주거 복지를 위해 사용한다. 기존에 기업들이 부담하는 법인세도 25%로 많은 편이긴 하지만, 만약 정말 반도체 산업에서 엄청난 수익이 난다고 하면 초과이윤에 대한 세금을 추가로 내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돈을 받는 이유는 다른데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당 산업의 생태계에 사용하기 위함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제안한 이유는.
△보통 기업이 돈을 벌면 자기네 회사에 쓴다. 남의 회사나 산업 생태계에는 잘 쓰지 않는데, 이런 부분들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정부가 대신 세금 형태로 걷어서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쓰자는 것이다. 같은 산업에 있다고 해도 골고루 분배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500조를 달성한다고 하면 일본의 100대 기업 영업이익을 더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단 두 개의 회사인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산업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이번에는 반도체이지만, 다음번에는 LG전자가 될 수도 있고, 현대자동차가 될 수도 있고 알 수 없다. 우리 경제를 위해선 당연히 좋은 일지만 지속하려면 이 산업의 역량 자체가 발달해야 한다.
-하청노조도 원청에 성과급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어떤 교섭이 필요한가.
△원래 성과급은 근로자참여증진법에 따라 노사 협의사항에 해당된다. 보통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 사업장별로 노사가 함께 구성하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과반수 노조가 위촉한다. 지금처럼 과반수 노조가 교섭을 주도하면 해당 노조의 조합원만 이득을 본다. 이렇게 하지 말고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가 다 같이 교섭하는 ‘확대된’ 형태가 필요하다. 한 사업장 안에서의 ‘초기업 교섭’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지금보다 확대된 방식의 근로자 대표 제도를 만들어서 노사 협의를 해야 한다. 특히 성과급은 이런 접근을 해야 좀 분배가 된다.
-초과이윤 문제에 대한 정부 역할은.
△지금 문제는 부가 한쪽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초과이윤에 대해 노동자들과 나누고, 취약계층과 나눌지에 대한 대책이 없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메시지를 냈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인공지능(AI) 국민배당금’ 이야기를 하면서 정부도 관련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사회연대임금 이야기를 꺼냈는데 노동부 역할은.
△대통령실에서 “산업부는 산업부의 이야기를 하고 노동부는 노동부의 이야기를 해야지. 다 똑같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 아니냐”라는 브리핑이 나오고 나서 김영훈 노동부 장관에 대한 비판이 조용해졌다. 생각보다 노동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노동부 장관의 입지가 여전히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 부처, 국정상황실, 총리실 이런 쪽과 비교해선 생각보다 작다.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목소리를 내는 데 있어서 제한이 있는 건 여전히 예전과 같은 상황이다. 그런 면들을 보면 대통령의 철학이나 가치관이 빈곤하면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상당한 혼란에 빠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년연장을 하게 되면 대기업은 성과급 부담도 커질 텐데 차등 지급할 수 있나.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의해서 정년연장 대상자(61~65세)만 성과급의 80%를 주겠다고 하면 괜찮지만 이걸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없다. 법정 정년연장처럼 강제하게 되면 나이에 따른 차별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논리가 가능해지면 최저임금에서도 업종별 차등적용을 도입해서 돈을 못 버는 중소사업에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해줘야 한다는 것과 같다. 사용자 측 입장도 이해하지만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아니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국정기획위원회 전문위원 △고용노동부 정책자문위원장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