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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속상사와 사이좋게 지내기[최기훈의 외국계기업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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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I 2026.08.29 08: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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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생활 경험없이 외국계 기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국내 기업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뒤 30대 후반에 외국계 기업으로 옮겨 고위 임원까지 지낸 금융인은 흔치 않다. 저자가 들려주는 외국계 기업의 문화와 업무 방식, 그 안에서 부딪히고 배운 생생한 장면들은 외국계 기업 취업과 커리어 전환에 관심 있는 2030 독자들에게 현실적인 길잡이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수요일부터 출근할게요[최기훈의 외국계기업 생존기]
[최기훈 아자스쿨 이사] 내가 일했던 회사의 한국 지사장이 캐나다인이었는데 어느 날 그가 회사 건물 로비에서 서성이는 것을 보았다. 무엇을 하는지 물었더니 “아시아 지역 대표가 곧 도착할 거라 마중 나왔다”고 답했다. 의아했다. 외국계 기업은 대부분 형식적인 의전이 거의 없다. 사장이나 고위 임원들이 출장을 가더라도 수행 인력은 전혀 없고 혼자 항공편 체크인을 하고 도착지에서도 알아서 교통편을 잡아 목적지로 가는 것이 보통이다. 높은 사람이 한국으로 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윗사람을 맞이한다고 로비에 나와 있는 것은 낯선 모습일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외국계 기업 생활을 더 경험하면서 왜 이런 현상이 있는지 알게 됐다.

흔히 글로벌 기업은 회사 내 상하관계가 아주 수평적인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분명히 권위적이지 않고 자유로와 보인다. CEO 앞에서 껌을 씹거나 다리를 꼬고 삐딱하게 앉기도 하고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윗사람을 농담 거리로 삼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일상적인 모습일 뿐이고 업무적인 권한을 행사할 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보고라인의 직속상사는 라인매니저(Line Manager) 혹은 캐주얼하게는 보스(Boss)라고 불리는데 윗사람이 권한을 많이 가지는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기는 한데 좀 다른 면이 있다. 우리나라는 권한을 행사하는 세부 기준이 있거나 계층별로 권한이 나눠져 있거나 인사부 등 주변에서 개입할 여지가 크다. 반면 외국계의 경우 직속상사에게 전적으로 많은 결정권이 주어지고 그 판단의 재량 범위도 훨씬 넓다. 휴가나 비용 승인 같은 일상적인 것뿐만 아니라 승진, 연봉과 보너스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내부 규정에서도 뭔가 예외적인 것에 대해 ‘직속상사의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다’고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노동법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미국 현지 기업에서는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직속상사의 의견에 따라 빠르게 해고 결정이 나기도 한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회사에서 지원해 주던 의료보험도 끊기는 경우가 많아 병원 가기도 어렵게 된다. 그만큼 고용 안정성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직속상사를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직속상사와의 관계를 잘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기적인 1:1 회의를 활용하는 것이다. 매주 또는 격주로 1:1 회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간을 업무와 직원을 관리하는 중요한 기회로 여기고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문화가 있다. 윗사람도 부득이하게 일정을 변경해야 할 때는 양해를 구하면서 가능한 한 빠르게 다시 일정을 잡아야 한다. 이 1:1 회의를 잘 활용해서 업무를 우선순위에 따라 조리 있게 설명하고 의견을 나누고 어려운 일에 대해서는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저녁 식사 때 술 한잔하며 편한 분위기에서 윗사람에게 이런저런 불만을 이야기하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하지만 외국계 기업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사무실에서 맑은 정신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다.

정해진 회의 일정을 기다리지 말고 틈나는대로 자주 찾아가서 대화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이 맞는지 혼자 짐작하지 말고 일찍 공유하고 의중을 확인하라는 뜻이다. 직속상사를 어려워하거나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불편해서 만나는 것을 꺼려 해서는 안된다. 완벽한 자료를 준비하느라 시간을 보내기 보다 약간 설익은 생각이라도 그냥 가서 이야기해야 한다. 먼저 일을 진행하고 어느 정도 성과를 만들어 나중에 보고하려고 하다가 그 진행 방향이 잘못되어 있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윗사람의 생각과 다르지 않도록 미리부터 계속 대화를 해서 서로 생각의 차이를 좁혀 나가야 한다. 이건 외국계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생활이 마찬가지다.

1:1 대화를 많이 하다 보면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게 되고 친해진다. 가족끼리 함께 어울리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뢰가 쌓이고 업무 외적으로는 친구처럼 되기도 한다. 외국인 상사는 내가 새로운 직장을 찾을 때 소개나 추천을 통해 지렛대 역할을 해 주기도 한다. 내가 모셨던 외국인 직속상사들은 대부분 나이가 나보다 어렸지만 글로벌 경험이 많고 인품도 좋아 배울 점이 많았다. 그래도 내가 회사를 떠나고 외국인들도 근무 지역이 바뀌고 하다 보니 연락이 지속되지 못해 안타깝다.

■최기훈 이사 =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하나은행, 미래에셋증권, 피델리티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SC제일은행 등 금융권에서 30여 년을 근무하고 지금은 국내 최대 체험학습 플랫폼 아자스쿨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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