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단 집값 안정 대책에도 부동산 시장이 계속 출렁이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아파트값이 역대 최장인 86주 상승 신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강남권 아파트값이 주춤하는 만큼 실수요자 중심의 서울 외곽지역은 폭등하고 있다. 김세용 고려대 도시연구원장(건축학과 교수)은 최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치솟는 집값을 잡을 근본 대책으로 ‘공급 속도’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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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주택 공급이 늦어지는 이유로 사업 과정마다 낀 병목을 꼽았다. 공공청사 복합개발부터 3기 신도시, 민간 정비사업까지 각종 정책이 추진되지만 각 사업의 걸림돌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이 가진 토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거나,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등 공급을 가로막는 요인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서울시와 국토부 간 ‘용산 공급 대치’에 대해서는 “공원을 통으로 개발하는 것은 안 되며 장교 숙소 등 좋은 부지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가 택지로 제시한 탄천 물재생 센터는 “지하화가 불가능하며 옮길 대체 부지가 마땅치 않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일문일답.
-강남 집값이 내린다지만 노원·도봉·강동구 등 서울 외곽 중심으로 가격이 뛰는데 이 정권 내로 잡힐 거라고 보나.
△공급 속도가 문제다. 이때까지 집값을 잡았던 건 노태우 정권 때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 때 일부 수도권 가격이 내려갔는데 대신 지방 전셋값이 확 올랐다. 노태우 정권 땐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를 조성해 200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했고 실제로 임기 안에 입주시켰다.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믿을 수 밖에 없다. 지금도 되는 걸 몇 개 잡아서 빨리 완공시켜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믿는다.
정권 초마다 몇십만 가구를 넣겠다고 했지만 하나도 안 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잇달아 발표한 부동산 정책을 보고 황당했다. 집값을 잡기 위해선 세제, 금융, 공급 세 가지가 중요하다. 어느 한쪽의 균형이 무너지면 안 된다. 이 중 공급 정책을 보면, 수요자도 공급자도 원치 않는 방향이다. 강력한 세제 개편으로 수요를 억제한 후 집을 빠르게 공급하겠다고 선포한다고 집값이 안정되지 않는다.
-시장에 집값 안정 신뢰를 줄 수 있도록 빠르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묘안이 있을까.
△최근 ‘도심 내 주택공급을 위한 노후 공공청사 등 복합개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주민센터와 우체국 등 노후 청사를 정비해 공공주택과 생활편의시설을 함께 조성할 수 있게 됐다. 노후 동사무소가 서울에 400여개가 있는데 1개당 200가구쯤 지을 수 있다. 보통 동사무소가 4층이고 용도지역 상향을 받으면 역세권의 경우 20층까지 가능하다. 그러면 8만가구 공급이 빠르게 가능하다. 분당이 서울에 생기는 것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해당 자산을 보유 중인데 공모 방식이 아닌 강제성을 부여해 주택을 짓도록 해야 한다. 동사무소 외에 지구대, 소방서, 공공이 가진 체육시설도 생각보다 많다. 이를 공모로 진행하면 임대주택밖에 못 짓기 때문에 일부라도 민간 분양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최근 신규 택지로 선정된 강서구 염창근린공원을 임대 주택으로 공급하는 순간 난리가 난다. 분양을 일부 한다고 해야 사업 진도가 나가는데 이러한 디테일이 정책에 없다. 정책을 내면 일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니 1년에 3번씩이나 대책이 나오는 것이다.
-용산공원 개발을 두고 정부는 ‘공원 부지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서울시는 ‘무조건 안 된다’고 맞서고 있는데.
△양쪽 모두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용산기지는 미군이 아직 부지 70%를 반환하지 않았다. 토지정화 비용을 미군이 내야 하지만 시간을 계속 끌고 있는데 결국 안 낼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해결이 되고 반환이 된다면 택지로 괜찮은 곳이 있다. 장교 숙소가 녹사평대로 쪽에 있는데, 간선도로변은 주택을 지어도 되기 때문에 거기에 청년주택을 짓고 일부는 분양을 하면 된다. 공원 이용률 측면에서도 그쪽에 주택이 생기면 나쁠 게 없다. 공원을 통으로 개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에 녹지가 필요하다.
-해당 부지에 몇 가구 공급이 가능하다고 보나.
△한 줄로 짓느냐 두 줄로 짓느냐 차이인데 1만 가구를 넘진 않을 것이다. 다만 녹사평대로 맞은 편에는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어서 (개발 수준을) 거기에 맞춰주는 게 맞긴 하다.
-서울시가 제시한 탄천 물재생센터 부지는 어떤가.
△그 하수처리장을 옮긴다면 어느 지자체가 받겠나. 경기 어딘가로 이전했다고 하면 배관 구축에 수조원이 드는데 어떻게 감당하겠나. 탄천은 불가능한 얘기로 보인다. 배수로 지하화도 불가능하다. 그렇게 하려면 자투리 땅이 있는 마곡이 좋다. 예전에 검토해 봤는데 2000~3000가구 정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건설 원재재 가격 상승이 건축비와 분양가를 올려 집값을 뛰게 한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원재재 가격이 중동전쟁 등으로 뛰긴 했지만 사이클을 타서 원위치 된 게 많다. 가격이 싼 곳에서 들여오지 않았겠나. 건설 원가보다는 분양하는데 쓸 데 없는 시설을 지어 분양가에 거품이 끼는 게 문제다. 외국 비싼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기고 단지에 커뮤니티 시설로 뷔페, 목욕탕을 넣는 곳이 있는데 실제 주민들 사용률이 저조하다. 심지어 인공폭포에 수영장까지 단지에 넣는 데도 있다. 공사비 상승의 원인 중 하나인데 공공이 제재할 방법이 없다.
-최근 LH를 ‘주택도시개발공사’와 ‘주택도시자산공사’로 분리하는 방안이 추진 중인데.
△조직 재정비가 필요하긴 하다. 앞으로 토지를 개발할 건 많지 않아 정비사업에 인원을 돌리든지 해야 할 것이다. 3기 신도시 사업이 끝나면 그 인원을 재교육시켜 정비에 투입하는 게 효율적이다.
-부동산 정책과 주택 산업에 대해 거시적으로 고민해야 할 지점은.
△역대 정부 부동산 정책을 보면 실수요자가 누구인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파악이 안 된 것 같다. 현 건축법·주택법은 5인 가구가 다수였던 시절에 만들었는데, 이에 따라 아파트 단지에는 놀이터와 조경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1~2인 가구가 70%가 넘을 만큼 인구구조가 바뀌었다. 주택법상 집에는 주방공간이 꼭 있어야 하는데 요새 다 배달시켜 먹지 집에서 밥을 얼마나 해 먹나. 전자레인지, 인덕션만 있어도 충분하다. 이처럼 집을 짓기 위해 낭비되는 공간이 너무 많다. 1~2인가구 시대, 주택에 대한 개념 정의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김세용 고려대 도시연구원장은…
△1965년 전남광주 출생 △고려대 건축공학 학사 △서울대 환경대학원·미국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 석사 △고려대 건축공학 박사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사장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 △고려대 도시연구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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