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77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키로 해 주목된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부임 한 달 만에 “새 공약은 물론 기존 사업조차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며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했다. 통상 추경이 지출을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돼 온 현실에서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잡아 놓은 예산을 대폭 줄이겠다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민선 9기 초반부터 터져 나온 이번 사태를 경기도만의 일로 봐서는 안 된다.
재정난의 직접 원인은 세입 감소와 경직된 지출 구조다. 경기도 취득세 수입은 2022년 약 11조원에서 올해 8조원 수준으로 30%가량 줄었다. 전체 예산은 41조 7000억원이지만 도가 자체 판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3조 5000억원에 그친다. 나머지는 복지사업과 국비 매칭, 시·군 조정교부금 등 용도가 정해져 있다. 부동산 거래에 민감한 취득세에 도세의 절반 이상을 의존하면서 의무지출은 좀처럼 줄지 않는 취약한 구조가 한계에 부닥쳤다. 경기도는 지난해 지방채 발행 한도의 99.6%인 9430억원을 발행했고, 각종 기금 5588억원까지 일반회계에 끌어 썼다. 더 이상 ‘돈줄’이 없어지면서 주요 민생사업 예산을 9개월 치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경기도만 이런 상황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자체 재원이 빈약하고 재정자립도도 낮은 게 광역이든 기초든 한국 지자체의 일반 현실이어서다. 대다수 지자체가 중앙 정부의 이전 재원에 크게 기대고 있으면서도 세수가 줄어도 선심성 사업과 보조금은 물론 타성적 축제·행사조차 쉽게 줄이지 못한다. 지자체의 재정 실패를 엄격히 감독하고 책임을 묻는 제도도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가 일일이 통제하면 지방자치가 훼손되고, 통제의 수단을 놓으면 방만 운영이 반복되는 딜레마다.
근본 해법은 지방정부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다. 세입이 줄면 불필요한 사업과 중복 복지를 줄이고, 신규 사업은 재원 대책부터 제시하는 원칙이 확립돼야 한다. 도지사 취임 한 달여 만에 나온 경기도의 재정 비상 선언을 ‘정치적 행보’ 정도로 여기지 말고 다른 지자체도 경고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지방재정의 혁신과 구조조정을 피하면 뒷날 더 고통스러운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