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자산=돈’…바이든 ‘핵공유’ 폐기 가능성
그러나 우선 미국 전술핵 재배치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미국은 1958년부터 전술핵을 주한미군에 배치하기 시작해 그 수량이 한때 950여 기에 달했다. 1991년 9월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의 핵무기 감축 선언에 따라 주한미군에 배치됐던 전술핵무기를 철수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1년 뒤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한 바 있다.
이같은 비핵화 정책에 따라 북한의 핵 공격 위협이 현실화 한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선 실제로 핵 공격을 받았을 때 미국이 핵 전쟁 확산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약속을 이행할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미 의회나 국민들의 반대도 변수다. 한반도 전술핵 배치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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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트럼프 2기는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면서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고 전략자산을 한반도로 전개할 때마다 청구서를 한국에 내밀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 자체가 핵무기를 탑재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 집권 당시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비용을 요구하는가 하면,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에게 “우리가 한미연합훈련의 비용 대부분을 지출하고 있다”며 “훈련을 중단할 경우 엄청난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과의 핵공유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이전 바이든 미 행정부는 윤석열 정부와 상시 배치 수준의 핵 확장억제 약속에 따라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 원자력잠수함 등의 전략자산을 한반도로 전개시켰다. 한미 간의 핵우산 핵심 공약인 핵협의그룹(NCG) 체계도 구축돼 4차 회의까지 마쳤다. 사실상의 핵공유를 위한 제도화 과정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미 간 핵 확장억제 공약이 어느 정도 지속성과 실효성을 가질지 의문인 상황에서 핵공유를 위한 NCG 유지 자체도 어려워 보인다.
◇한국 핵처리 허용, 핵비확산 체제 붕괴 우려할 듯
이에 따라 자체 핵무장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 내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국방부 정책차관으로 지명된 엘브리지 콜비는 지난 해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북정책 관련 질문에 “(북한)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허무맹랑하다”며 “우리는 이룰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지정학이 핵 비확산보다 중요하다”면서 “우리의 적이 핵무기를 가지는데 우리가 동맹의 핵무장을 막는다면 그게 비확산 정책의 승리인가”라고 되물었다. 한국의 핵무장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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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국회의원들과 연구기관 등에서 핵무장 전단계인 일본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맞대응 전략으로 한국도 유사시 일본처럼 신속히 핵무장을 할 수 있는 ‘핵잠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 간 리더십이 돈독한 신뢰를 바탕으로 일본과 같은 수준의 원자력협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으로 우리는 제대로 트럼프 2기 출범에 준비하지 못했다. 게다가 핵 비확산 체제 붕괴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 논리도 개발해야 하는데 이를 미국이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미국 등 5대 핵무기 보유국이 주도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은 그간 일정 부분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한국이 독자적인 핵처리 시설을 갖게 되면, 한반도 주변과 동아시아 지역의 군비 경쟁이 더욱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지역 안보 정세의 불안정성 증대에 더해 다른 국가들도 미국에 독자적인 핵 처리 시설을 요구할 수 있다. 미국의 국제적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원자력협정 개정은 그리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