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투자 전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지난달 24일 뉴욕특파원들과 공동인터뷰에서 “(레버리지를 통해) 쉽게 돈 벌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The easy money era is over)”며 이같이 말했다. 막스 회장은 현재 기준금리는 과거 평균 수준(약 5%)으로 돌아왔고, 지난 20년간의 저금리 시대와는 다른 금융시장에 ‘근본적 변화’(Sea Chage)가 온 만큼 레버리지(대출) 기반의 공격적 투자 전략은 더는 과거처럼 효과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식 등 소유권 자산보다 계약기반의 채권 등 크레딧 투자에 더 매력적인 기회가 있다”며 “현재 크레딧 투자 수익률은 과거 주식 수익률과 경쟁할 만한 수준이다”고 언급했다. 막스 회장은 “투자 환경이 바뀌었는데,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며 리스크관리와 예측 가능한 수익을 중요시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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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거품이라기보다는 낙관적 심리가 반영된 일종의 강세장(bull market)이다. 가격은 다소 높고 시장은 2년간 이례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였지만, 거품이라고 볼만한 몇 가지 요소가 결여돼 있다. 거품은 사람들이 자산의 결점을 무시하고 무제한적인 잠재력만을 보는 일시적인 광기 상태를 의미한다. 포모(FOMO·상승 기회를 놓칠 것 같은 두려움)와 같은 심리적 요소들이 현재는 존재하지 않고 있다.
현재 시장은 강하고, 투자자들은 낙관적이다. 다만 S&P 지수가 2년 연속 20% 이상 상승한 기간은 역사상 4번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5번째를 겪고 있다. JP모건 분석에 따르면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22배인 상태에서 S&P500을 매수했다면, 향후 10년간 수익률은 ‘마이너스(-) 2%에서 2% 사이’다. 이는 현재 가격 수준에서 투자 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거의 없거나 매우 제한적임을 의미한다. 시장에서 빠져나오라고 경고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리스크를 꺼리거나 은퇴가 가까워졌다면 공격적인 포트폴리오에서 리스크를 줄이는 게 좋다.
-연준이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나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유일한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경우다. 현재 금리는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다. 2023년 말 많은 사람들이 지난해 6번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은 현재 3%에 근접해 있으며, 연준의 목표는 2%다. 정부의 지속적인 적자와 같은 인플레이션 유발 요인이 있어 마지막 1%를 줄이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인플레이션이 쉽게 내려가지 않을 수는 있지만, 상승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 연준이 올해 몇 차례 금리 인하를 할 수 있을까
△올해 남은 기간 금리 인하가 두 번 정도 있을 가능성이 있고, 금리가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났을 때, 기준금리가 3~3.5%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지만, 올해 안에 그 수준까진 도달하지 못할 것 같다.
-미국 경제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
△재정 적자다. 미국 정부는 수입에 맞춰 지출하지 않고, 지출을 조정하거나 세금을 인상하는 것을 꺼려 한다. 미국은 마치 한도 없는 신용카드를 가진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해 보일 수 있지만, 이는 결국 비합리적이다. 만약 청구서가 도착하는 날이 온다면, 그것은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정부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정부 지출을 대폭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연간 지출 대부분은 국방비이고, 복지지출이다. 국방비를 줄이면 국력이 약해져 크게 삭감하기 어렵고, 어떤 정치인도 복지지출을 줄여 베이비붐 세대를 자극하고 싶지 않다. 그 다음은 이자비용인데 이 역시 줄이기 매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는 감세를 선호한다. 합리적인 전망은 현재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적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다. 가장 큰 희망은 적자 증가 속도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느려지는 것이겠지만, 그것조차도 낙관적으로 보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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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시대를 설명하는 방식은 기존 틀을 벗어나 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고려하지 않았거나 실행하지 않았던 것들을 고려하고 실행할 것이다.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으며, 과거에는 극단적 사건(tail events) 혹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들도 이제는 가능한 시나리오가 됐다.
과거에는 대통령이 어떤 발언을 하면, 사람들은 그가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적이고, 협상가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가 하겠다고 말하는 일들이 실제로 실행될 수도 있지만, 협상을 위한 발언이거나 단순히 ‘허풍’(bluff)일 수도 있다. 트럼프의 경우, 그가 말한 것을 실제로 실행할 의도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제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트럼프는 성과 달성과 성공적인 협상, 문제 해결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고 본다. 그의 성향은 특정 행동으로 위협한 뒤, 양보를 얻어내고, 승리를 선언하는 방식일 것이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 내부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그런 패턴을 자주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내가 자주 메모에서 언급하는 말이다. 두고 보자(We‘ll see).
-트럼프 시대 미·중 관계 예상은? 중국 투자는 유효한가
중국은 매년 약 5%의 GDP 성장이 필요하다. 국내 수요뿐만 아니라 이란, 북한, 러시아와 같은 나라들과의 교류를 통해 5%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세계와의 관계도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세계를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물론 이건 저의 낙관적인 편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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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주식 60%, 채권 40% 포트폴리오는 오래된 개념이다. 이제 대체투자라는 범주가 생겼고, 사모펀드 같은 대체 자산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도 채권에 40% 가까이 투자하지 않고, 대부분 주식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오랜 기간 매우 좋은 성과를 거뒀고,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시장 상황에는 채권 등 크레딧 투자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S&P 500의 예상 수익률은 한 자리 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며, 하이일드 채권은 7%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리스크를 꺼리는 투자자라면 크레딧 투자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10년 만기 국채와 30년물 국채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는가
△ 만약 금리가 계속 하락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장기물 채권을 사는 것이 좋다. 반대로 금리가 오를 것 같다면, 단기물 채권을 사는 것이 낫다. 그래야 금리가 오를 때 더 높은 이율로 재투자할 수 있다. 30년물 채권은 너무 긴 기간이라 불확실성이 크다. 이 때문에 10년 만기 채권은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현재 이율이 4.7% 정도인데, 이는 꽤 괜찮은 수익률이다. 다만, 유연성은 부족하다. 10년 정도가 투자 기간의 최대치라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는 더 만기가 짧은 국채를 선호할 수도 있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에 대한 의견은?
△주식, 채권, 부동산과 달리 가상자산은 수익을 창출하지 않기 때문에 본질적인 가치를 평가하기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가상자산은 투기적 자산이다. 오크트리캐피털은 자산 가치를 평가하고, 더 낮은 가격에 매수하며, 미래 수익을 예측하는 ‘분석적 투자’를 지향한다. 가상자산은 이 틀에 맞지 않는다.
전문적이고 진지하게 투자하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나만의 원칙을 가지고, 이런 이유로 이 투자는 하겠다, 또는 이런 이유로 이 투자는 하지 않겠다고 판단해야 한다.
◇하워드 막스 회장은?
1946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금융을 공부했고, 시카고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마쳤다. 월가 대표적 가치투자 운영사인 오크트리캐피털을 1995년에 설립했고, 약 1930억달러(약 281조원)를 글로벌 채권·주식·부동산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막스 회장이 자신의 투자 인사이트를 담아 발표하는 ‘서한’은 워런 버핏 회장이 “메일함에 막스 회장의 메모가 있으면 그것부터 읽는다”고 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