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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6일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다음 달 중 ‘우리WON모바일’을 출시한다.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가 알뜰폰 사업을 은행 부수 업무로 공고한 후 1년 만의 알뜰폰 사업 진출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LG유플러스와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은행 내 전담조직을 설치해 사업을 준비해왔다.
우리은행의 진출로 은행권에서도 알뜰폰 사업 경쟁이 불붙고 있다. 2019년 4월부터 일찌감치 알뜰폰 시장에 자리 잡은 KB국민은행과 신규 사업자 우리은행 간 서비스 경쟁이 관전 포인트다. 국민은행의 KB리브모바일은 이미 43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60대 고객을 위한 시니어 요금제 출시, 환경친화 요금제인 ESG 요금제 출시 등으로 고객군을 넓혀가는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두 은행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통신·금융소비자 편익이 높아질 수 있다”며 “우리은행이 영업 초기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는 과정에서 고객이 요금제 갈아타기를 하는 등 이동이 생길 것이다. 은행이 비슷한 혜택을 줄 수밖에 없어 국민은행에서도 적극적인 고객 사수전략을 펼칠 것이다”고 전망했다.
알뜰폰 사업이 당장 은행에 돈이 되는 건 아니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KB리브모바일 영업손실은 총 605억원이었다.
◇미래 주고객 MZ세대 잡고 시니어 고객 늘리고
적자를 내면서도 알뜰폰 사업을 영위하는 이유는 사회초년생과 2030대를 잡기 위해서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비대면 개통 고객의 57%가 2030대 고객이다. 우리은행도 미래세대 잠재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시중은행의 2030대 고객 비중은 35% 수준으로 40대 이상 고객이 압도적으로 많다. 인터넷전문은행 성장으로 2030대 고객기반이 더욱 약해질 수 있는 만큼 다양한 비금융사업으로 MZ세대 잡기에 나선 것이다.
◇은행, 대기업 사업자로 분류…알뜰폰 이미지 개선 고려해야
은행들이 알뜰폰 사업에 공들이고 있지만 제도적인 걸림돌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 12월 국회 과방위는 통신3사와 은행을 포함한 대기업의 알뜰폰 시장점유율을 60%로 제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법을 통과시켰다. 통신3사의 알뜰폰 자회사의 시장점유율은 47%, KB리브모바일과 에스원 등 대기업계열까지 더하면 51.8%다.
이 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 연내 시행하면 KB리브모바일(현재 점유율 4~5%대), 우리WON모바일이 고객을 늘리는 데 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법적 상한선까지 8%포인트만을 남겨두고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통신시장에 진입해 알뜰폰 시장 활성화, 가계통신비 절감 등 고착화한 통신시장에서 알뜰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있다”며 “은행이 중소 알뜰폰 사업자 대상 상생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점도 법·제도 정비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