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변곡점' 유통 맞수 롯데·신세계…올해 대격변 예고

한전진 기자I 2025.01.12 15:37:54

신동빈 롯데 회장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
기존 사업 조정…신사업 중심 리밸런싱 전망
이마트 독자경영 체제…정용진 회장 광폭 행보
알리와의 파격 동맹…해외·신사업 가속도 예상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유통 맞수’ 롯데그룹과 신세계(004170)그룹이 올해 변화의 변곡점을 맞았다. 롯데는 모든 경영진이 모이는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서 강력한 사업 구조 재편을 예고했고, 신세계는 지난해 이마트·신세계백화점 계열분리를 선언한 뒤 독자노선이 더욱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양대 그룹이 올해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이 지난 9일 오후 ‘2025 상반기 VCM’ 본 회의 앞서 열린 ‘AI 과제 쇼케이스’에서 롯데케미칼의 ‘AI 기반 컬러 예측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롯데지주 제공)
◇신동빈 회장의 호소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

12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9일 열린 ‘2025 상반기 롯데 VCM’에서 “혁신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선택과 집중으로 난관 돌파”, “위기가 일상인 세상”과 같은 말을 쏟아내며 고강도 쇄신을 주문했다. 평소 온건한 표현을 주로 쓰는 신 회장이지만 올해는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 강도 높은 호소를 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롯데는 지난해 지라시 발(發) 유동성 위기설에 큰 홍역을 치렀다. 대부분 근거 없는 내용이었지만 계열사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졌다. 롯데는 유동성 위기설의 진원지로 꼽히는 롯데케미칼(011170)의 회사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 상징인 롯데월드타워까지 담보로 내놨을 정도다. 이 때문에 이번 VCM은 그 어느 때보다 엄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서 신 회장은 ‘뉴롯데’를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과거 성장을 이끈 사업이라도 새로운 시각에서 조정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강력한 사업구조 재편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현재 롯데쇼핑(023530)은 매출 하위 점포에 대한 매각·폐점을 포함한 점포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면세점과 호텔 부분을 중심으로 하는 고강도 구조조정 작업에도 착수했다.

대신 롯데는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신성장 동력을 미래 산업으로 점찍고 있다. 특히 이번 VCM에는 그룹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도 당일 새벽 귀국해 VCM에 가장 먼저 참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를 방문해 신사업 동향을 살폈다.

신 회장은 올해를 롯데가 변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정의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는 그룹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한 해”라며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하고 이번 위기를 대혁신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달 2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세계 독자경영 본격화…변화 속도 더 빨라진다

신세계도 올해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의 이마트 보유지분 전량을 1분기 중 매수할 계획이다.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보통주 278만 7582주(10.0%)를 주당 7만 6800원, 총 2140억 8600여억원에 사들인다. 정 회장의 책임 경영 의지를 내세우면서도 앞으로 독자경영을 본격화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본업 경쟁력 강화 등 앞으로 정 회장의 구상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커머스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국 알리바바그룹과의 동맹이다. 양사는 합작법인(JV)을 세우고 여기에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전례 없던 해외 업체와의 동맹이라 파장이 컸다. 승부수를 좋아하는 정 회장의 의중이 컸다는 분석이다.

해외·신사업 움직임도 올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지난달 16일~21일까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체류했다. 이 자리서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과 얘기를 나눴다. 정 회장은 말을 아꼈지만 사업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에게 이 총괄회장의 신세계 지분이 옮겨갈지도 관심사다. 신세계그룹 측은 정유경 회장의 신세계백화점 지분 매수에 대해서는 정해진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해 10월 부회장을 건너 뛰고 회장으로 승진했던 만큼 정 회장의 지분 인수도 곧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현실화된다면 신세계백화점도 독자경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올해는 양대 유통 그룹에 있어 중요한 해가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의 급성장으로 기존 시장에서 견고한 입지를 다졌던 인컴번트(Incumbent) 플레이어들이 힘들어지는 상황”이라며 “정 회장은 알리와의 동맹을 통해 이커머스 시장에서 승부를 내려할 것이고 롯데는 그간 오프라인 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노력을 이어왔던 만큼 올해는 어떻게든 반등의 성과를 내보이겠다는 의지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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