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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급등·고환율’ 혼란…실적 변동성 커진 정유업

김성진 기자I 2025.01.17 08:56:31

WTI 선물 종가 배럴당 80달러 넘어
원가 올라 정제마진 축소될 가능성
고환율 지속되면 내수 위축도 우려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트럼프 대통령 재선 후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근 국제 유가까지 급등하며 국내 정유업체들의 실적 변동 가능성도 커졌다. 환율과 유가는 정유업체들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두 요소로, 변동이 심할수록 수익성 관리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0.0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날 대비 2.54달러(3.28%) 오른 수치로,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를 넘은 것은 작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캐나다 엘버타주 캘러리 인근 유전에서 오일 펌프 잭이 원유를 펌핑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번 갑작스런 유가 상승은 미국의 러시아산 석유 제재 여파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 재무부와 국무부는 지난 10일 러시아 에너지 회사인 가즈프롬 네프트와 수르구트네프네, 그리고 이들 자회사에 대해 제재를 가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원유를 몰래 나르던 ‘그림자 함대’ 183 척도 이번에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이처럼 유가가 단기간에 상승하게 되면 국내 정유업체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정유업체들은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시장에 판매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데, 유가가 오르게 되면 수입원가가 올라 정제마진(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에서 운영비용과 유가 등 원자재 비용을 뺀 수치)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최근 달러가 오른 것도 긍정적인 현상으로는 볼 수 없다. 국내 정유사들은 대량의 원유를 달러로 수입하기 때문이다. 물론 환율 변동에 대비해 환헷지(현물가격의 변동 위험을 줄이는 것)를 하고, 원유를 정제한 뒤 다시 해외에 수출하는 양도 상당하지만 급격한 변동을 모두 대비하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고환율 상태가 지속되면 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이에 따라 내수 정유 수요가 둔화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10∼17일 조사 결과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월보다 12.3p나 급락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 3월(-18.3p)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6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0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환율이 1400원대 후반으로 여전히 높은 상태라, 미국과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면 환율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에는 정제마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도 “고유가와 고환율 모두 정유업체들이 그다지 반길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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