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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롯데손보의 지급여력비율(K-ICS)이 콜옵션 행사 시 감독규정상 기준에 미달할 가능성을 이유로 사실상 제동을 걸었고, 이는 보험계약자 보호라는 명분을 가졌다. 그러나 이러한 감독 당국의 결정 과정에서 몇 가지 중요한 논점을 간과할 수 없다.
첫째, 콜옵션이 발행사의 법적 ‘권리’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 특히 후순위채의 콜옵션은 오랫동안 ‘사실상의 만기’로 인식되며 투자자 신뢰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이러한 시장의 확립된 기대와 암묵적 약속은 단순한 관행을 넘어 보호가치가 있는 신뢰의 영역에 속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롯데손보가 자구책을 언급했음에도, 금감원이 이러한 시장의 신뢰 자산보다 잠재적 위험 관리를 우선시하며 개입한 결정이 과연 기업의 자율적 판단 범위를 존중한 것인지, 그리고 그로 인해 훼손된 시장 신뢰의 무게를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둘째, 금감원의 이번 조치가 더욱 아쉬운 점은 규제 적용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킨다는 데 있다. 공시된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이 감독 기준을 표면적으로 충족했음에도, 금감원이 자체적인 ‘원칙 적용’ 논리로 사실상 상환을 불허한 것은 과도한 재량권 행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특히 지난 흥국생명 사태 당시 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사실상 콜옵션 행사를 유도했던 모습과 비교할 때, 이번 롯데손보에 대한 정반대의 조치는 감독 당국의 일관성에 대한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며, 어떤 기준에 따라 시장 자율성이 용인되고 제한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는 명확한 규제 시그널을 기대하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셋째, 결과적으로 금감원의 이번 결정은 단기적인 계약자 보호라는 명분을 얻었을지는 모르나, 국내 채권 시장의 오랜 신뢰 관행을 흔들고 나아가 국가 전체의 금융시장 안정성과 대외 신인도라는 더 큰 가치를 간과한 것은 아닌지 깊은 우려와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자금 조달 환경의 불확실성을 키움으로써,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한 보다 신중한 고려가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판단이다.
물론 금융감독 당국은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건전성 확보,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중대한 책무를 지닌다. 그러나 그 책무의 이행은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원칙 위에서, 시장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그 정당성과 효과를 확보할 수 있다.
롯데손보 사태는 금융감독이 시장에 어떤 충격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일시적이고 미시적인 위험 관리에 치중해 시장의 자율성과 예측 가능성이라는 거시적 토대를 약화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감독당국의 보다 신중하고 일관된 원칙 견지를 촉구한다. 장기적인 시장 발전과 글로벌 신뢰 구축이야말로 진정한 금융 안정의 초석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추원식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제36회 사법시험 합격 △사업연수원 26기 △(전)서울지방검찰청 검사 △미국 뉴욕주 변호사(2005년) △(전)법무법인 광장 파트너 변호사 △(현)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