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멕시코에 25%, 중국에 10% 추가관세
국제비상경제권법 의거해 역사상 첫 관세부과
車·아보카도·소고기 가격폭등…인플레 재발 우려
몇달안 반도체·철강·알루미늄·석유·의약품도 관세
캐나다·멕시코 보복조치 천명…中 WTO 제소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베이징=이명철 특파원, 이소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결국 ‘관세 전쟁’의 불길을 지폈다. 오는 4일(미 동부시)부터 캐나다 및 멕시코에 25%, 중국에 추가로 10%의 보편적 관세를 각각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글로벌 무역질서를 뒤흔들 폭풍의 서막을 열었다.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 정부는 즉각 보복을 선언하는 등 세계 경제가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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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서 들어오는 제품에 이 같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셜 소셜에 “불법 외국인과 펜타닐을 포함한 치명적인 마약이 우리 시민들을 죽이는 중대한 위협 때문에 IEEPA를 통해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며 “우리는 미국인을 보호해야 하며, 모든 사람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대통령의 의무”라고 밝혔다.
IEEPA는 국가비상사태가 선언된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이 경제적 수단을 통해 외국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법률이다. 미 역사상 IEEPA를 이용한 첫 관세부과로, 경제적 압박을 국가 안보와 직결시킨 충격적인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캐나다산 원유 등 에너지 제품에는 10%의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이는 캐나다가 지난해 하루 4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미국에 수출하며 전체 수입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폭발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3대 교역국에서 들어오는 제품은 미 수입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자동차, 아보카도, 소고기 등 필수 소비재 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역시 멕시코 공장을 통해 수출하는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막대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공급망 체계를 송두리째 재편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 미국 수입 상위 5개국 무역수지(그래픽=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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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번 조치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몇 달안에 반도체, 철강, 알루미늄, 석유, 가스, 의약품 등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방침도 전날 밝혔다. 특히 석유 가스에는 이달 18일께 관세 부과를 예고했고, 유럽연합(EU)에도 “우리를 심각하게 모욕했다”며 관세 폭탄을 경고했다.
상대국들도 즉각 보복 조치를 천명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같은날부터 1억550억 캐나다달러(약 155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경제부 장관에게 보복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한 플랜B 시행을 지시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며 전면전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상대국이 미국에 대해 맞대응 조치를 할 경우 관세율을 더 올릴 수 있는 ‘보복 조항’도 포함돼 있어 관세 전쟁은 앞으로 더욱 격화될 것이 불가피하다. 세계 경제는 전례 없는 무역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