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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계획에 랠리를 이어오던 전력설비 관련주들도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가온전선(000500)은 전거래일 대비 11.32% 빠진 6만 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효성중공업(298040)(-11.71%), 일진전기(103590)(-10.21%), 제일일렉트릭(199820)(-10.04%), 제룡전기(033100)(-9.02%), HD현대일렉트릭(267260)(-7.87%), 세명전기(017510)(-7.40%), LS ELECTRIC(010120)(-5.33%) 등이 동반 하락했다.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 영향이다. 딥시크의 인공지능 모델 ‘R1’은 수학, 코딩, 자연어 추론 등에서 오픈AI의 ‘o1’ 모델과 대등한 성능을 보이면서도 개발 비용은 훨씬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는 R1 개발에 약 557만달러(약 79억원)를 투입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오픈AI나 메타 등 미국의 AI 기업과 비교해 약 95% 저렴한 수준이다. 특히 비교적 저사양의 그래픽처리장치(GPU)인 엔비디아의 ‘H20’과 ‘H800’을 활용해 고성능 GPU 없이도 높은 수준의 AI 모델 개발이 가능함을 보여준 셈이다.
이들 종목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소프트웨어 AI 관련 종목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종목인 NAVER(035420)(네이버)와 카카오(035720)는 이날 각각 6.13%, 7.27%씩 오르며 딥시크의 저비용 AI 모델이 국내 기업들의 AI 개발을 촉진시킬 것이란 기대감을 반영했다.
미국에서도 딥시크가 등장한 지난 27일(현지시간) AI 반도체 대장주로 꼽혀온 엔비디아가 하루 만에 17% 폭락, 현재까지(31일 종가 기준)도 3.82% 내리며 약세를 보인 반면 AI 사업부문에서 실제로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는 메타의 경우 같은 기간 주가가 오히려 10%가량 상승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전문가들도 기존 미국 빅테크와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AI 랠리에서 내러티브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AI 투자가 둔화하기보다는 오히려 다양한 후발주자들의 도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순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딥시크 AI 출현과 함께 후발주자들이 비용 효율적으로 상용화 가능성 있는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며 “국내 기업들도 팔로워로써 AI 생태계 재진입 기대감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쇼크 이후 증시 반응을 보면 단순히 하드 AI가 하락한 뒤 끝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금이 AI를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등 ‘소프트 AI’로 이동하는 모습이 확연히 나타난다”며 “(딥시크 쇼크가) 단기 충격을 주거나 최악의 경우 일부 B2B(기업간거래) 투자를 둔화시킬 수 있으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가 반등할 것이기 때문에 전체 사이클을 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