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캐나다와 멕시코로부터 수입하는 물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에도 10% 추가 관세를 매긴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상대국도 바로 ‘맞불’ 반격에 나섰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정책의 서막에 불과할 가능성이 커 물가 상승, 경제 성장 둔화, 기업들의 불확실성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관세 부과 국에 아직 한국은 지목당하지 않았지만, 국가별 경쟁적 관세 인상에 따라 세계 무역이 둔화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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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기보다 강력해진 2기 관세 조치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다수의 기업은 물론 외교·경제학자들이 관세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경고했지만, 특유의 불도저식 스타일로 즉각 실행에 옮겼다. 트럼프 2기에서 ‘미국 우선주의’로 무역 강경 노선을 확고히 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정책은 단순한 무역 조치가 아니라 미국의 대외 경제 정책 방향을 급격히 보호무역주의로 전환하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1기에서도 관세 정책은 중요한 경제 이슈였지만, 이번엔 더 강력해졌다. 첫 임기 땐 주요 타깃이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에 3700억 달러(약 540조원) 규모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지만, 이번엔 자유무역 협정을 체결한 멕시코·캐나다를 포함해 약 9000억 달러(약 1312조원) 규모의 제품에 새롭게 관세를 부과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미국의 3대 교역국에 대한 전격적인 관세 부과로 압박 수위는 더 높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 추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의 수입 비중 1위는 멕시코(14.79%), 2위는 캐나다(14.14%), 3위는 중국(11.78%) 순이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금액으로 보면 2023년 기준으로 1조3000억달러(약 1896조원) 이상이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설명했다.
발효 시점도 빠르다. 1기 당시엔 몇 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부과했지만, 이번엔 발표 이후 사흘 만인 오는 4일부터 즉시 발효한다고 발표해 기업들의 대응 시간을 거의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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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캐나다·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을 체결해 3국간 무역에 대한 관세는 거의 없었기에 이번 25% 관세 부과로 경제적 충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북미 자동차 산업이 큰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미 상무부의 작년 1~11월 자료를 보면 미국 내 자동차 및 부품 수입은 멕시코(27%), 캐나다(12%)가 약 40%가량을 차지한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작년 미국 자동차 판매량의 22%는 캐나다·멕시코에서 생산됐다. 노무라증권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부과 조치로 미국 자동차 산업의 영업익이 330억 달러(약 48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식료품 수입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작년 멕시코에서 토마토 등 450억 달러(약 65조6000억원) 이상, 캐나다에서 카놀라 등 400억 달러(약 58조3000억원)이상 농산물을 수입했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는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의 대부분은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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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캐나다·멕시코는 경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캐나다 국내총생산(GDP) 20%, 멕시코 GDP 30%가 미국 수출에 의존한다. 반면 미국의 캐나다·멕시코 수출 의존도는 약 3%에 불과해 미국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피터슨경제연구소(PIIE)는 25% 관세 부과로 캐나다·멕시코 경제를 1~2% 축소시킬 것으로 전망한 반면 미국 경제 성장률 감소는 0.2%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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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전쟁의 제물이 된 상대국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억550억 캐나다 달러(약 155조60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경제부 장관에게 멕시코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포함, 플랜B를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며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대응에 나섰다. 중국도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법적 조치를 병행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관세 전쟁의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는 이른바 ‘보복 조항’도 포함돼 관세율을 올리거나 범위를 확대할 여지도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유럽연합(EU)을 차기 관세 대상국으로 지목했다. 반도체, 철강, 알루미늄, 석유, 가스, 의약품 등에 대한 부문별 관세 부과 방침도 밝혔다. 석유 가스는 오는 18일께 관세 부과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대선 유세 기간엔 10~20%의 보편관세도 공약했다. 세계은행은 최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이 10%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도 보복에 나설 경우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주력 수출 상품인 반도체를 비롯해 다른 부문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타임지 인터뷰 등에서 한국을 ‘현금지급기’(머니머신)로 칭하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필요성을 거론해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