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각에서는 이를 거래 절벽 속에서 탄생한 새로운 금융기법이라며 시장의 창의적인 해법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이는 결과만 보고 원인을 놓친 해석이다. 대통령의 부동산 거래에서조차 셀러 파이낸싱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특정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현재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구조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번 거래의 배경에는 토지거래허가제와 초강력 대출 규제가 있다. 실거주 의무를 강제하고 금융권 자금조달을 제한하면서 정상적인 거래 구조가 막혔다. 하지만 시장은 멈추지 않았다. 공식 금융의 문이 닫히자 개인 간 금융이라는 새로운 통로를 선택했다. 셀러 파이낸싱은 시장자율적 해법이 아니라 규제가 만든 우회 거래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제도권 금융이 개인 간 금융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은 LTV와 DSR을 통해 차주의 상환 능력과 담보가치를 검증하지만 개인 간 거래에는 이러한 안전장치가 없다. 집값이 하락하거나 매수자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 채권 회수와 경매, 법적 분쟁의 부담은 모두 개인에게 돌아간다.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금융권 대출을 막았지만, 오히려 관리되지 않는 사적 금융을 키우는 꼴이 되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제가 거래를 안정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올해 분당구 토지거래계약허가 건수를 보면 1월 374건, 2월 286건, 3월 296건에서 4월 644건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고, 5월에도 527건을 기록했다. 6월 역시 371건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거래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허가를 받아서라도 거래하려는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규제가 거래를 억제한 것이 아니라 거래를 복잡한 행정 절차 안으로 밀어 넣었을 뿐이다. 더욱이 실거주 의무와 대출 규제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정상적인 자금조달이 어려워졌고, 시장은 매도인 직접 금융 같은 우회 방식을 선택하게 됐다. 이는 규제가 만들어낸 풍선효과다.
거래 구조가 왜곡되면서 가격 형성 기능도 흔들리고 있다. 거래 가능한 수요층이 인위적으로 제한되면 일부 특수 거래가 시세를 대표하는 왜곡이 발생한다. 자유로운 거래를 통해 시장가격이 형성돼야 하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거래보다 예외적인 거래가 더 큰 주목을 받는 시장이 됐다.
또 다른 문제는 부동산 거래가 금융계약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셀러 파이낸싱은 거래 이후에도 매도인과 매수인을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로 묶어둔다. 시장이 상승할 때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집값이 하락하면 담보가치가 떨어지고 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지면서 경매와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만든 구조가 더 큰 금융 리스크와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개인 간 계약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정책은 개별 계약의 적법성을 넘어 시장 전체의 건전성을 살펴야 한다. 제도권 금융을 우회하는 거래가 확산될수록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체계는 실효성을 잃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위험은 시장 안에 계속 누적된다.
시장은 언제나 길을 찾는다. 그러나 그 길이 정상적인 제도 안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규제를 피해 억지로 만들어진 우회로인지는 구분해야 한다. 셀러 파이낸싱은 효율적인 금융 혁신이 아니라 과도한 규제가 시장을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밀어낸 결과다.
누전을 막겠다며 집안의 모든 전기를 끊어버리면 사람들은 결국 촛불을 켜게 된다. 촛불은 새로운 해결책이 아니라 막힌 전기의 대체재다. 지금의 토지거래허가제와 획일적인 대출 규제도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금융을 막았더니 시장은 더 위험한 개인 간 금융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양지마을 거래는 흥미로운 거래 방식이 아니라 왜곡된 시장을 만들어낸 상징적 사례다. 대통령의 거래에서조차 셀러 파이낸싱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지금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을 얼마나 훼손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다. 규제는 거래를 없애지 못한다. 다만 거래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더 위험한 형태로 바꿀 뿐이다. 이제 정책의 목표는 거래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금융과 거래 시스템을 회복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