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고광헌)는 18일 통신심의소위원회(위원장 김우석)를 열고 폴리마켓에 대해 시정요구(접속차단)를 의결했다.
방미심위는 폴리마켓이 형법상 도박을 방조하거나 도박장소를 개설할 목적으로 제공되는 정보, 국민체육진흥법상 유사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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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마켓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예측시장 플랫폼이다. 2020년 셰인 코플란(Shayne Coplan)이 설립했으며, 피터 틸의 파운더스펀드와 앤드리슨 호로위츠 등 글로벌 벤처투자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했다.
폴리마켓의 서비스는 미래 사건의 결과를 사고파는 것이다. 이용자는 ‘특정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할 것인가’,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것인가’, ‘8월 서울 강수량이 특정 수준을 넘을 것인가’ 등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을 대상으로 ‘예(Yes)’ 또는 ‘아니오(No)’ 형태의 계약을 거래한다.
예를 들어 특정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시장이 60%로 평가한다면 해당 결과에 대한 계약 가격도 이에 가까운 수준에서 형성된다. 실제 결과가 확정되면 정답에 해당하는 계약이 정산돼 수익과 손실이 결정된다.
이 때문에 폴리마켓은 단순한 도박사이트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미래 사건의 확률을 가격으로 보여주는 예측시장’이라고 강조해왔다. 여론조사와 달리 이용자의 실제 자금이 걸려 있어 특정 사건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글로벌 언론과 금융업계에서도 주목받았다.
로빈후드, X(옛 트위터), 블룸버그 등과의 제휴를 통해 예측시장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 같은 거래 구조가 ‘예측’보다 ‘베팅’에 가깝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방미심위 “우연성에 따른 승자독식…사행심 조장”
방미심위가 문제 삼은 것은 이용자가 통제할 수 없는 사건의 결과에 따라 재산상 이해득실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승자독식형’ 구조다.
정치·선거·경제지표·스포츠 경기뿐 아니라 날씨와 강수량처럼 이용자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건을 대상으로 돈을 걸고, 결과에 따라 수익을 얻거나 손실을 보는 구조인 만큼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특히 폴리마켓이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8월 서울 강수량’ 등 국내 특화 이슈를 거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방미심위는 폴리마켓 운영자가 마켓을 개설하고 거래 규칙을 설정하는 등 플랫폼 전반을 운영·관리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용자의 가상자산 입·출금과 정산 시스템을 제공해 자금이 모집·교부되는 환경을 만들고, 지분 거래에 따른 수수료를 받아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심의에 앞서 경찰청,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관계기관의 의견도 수렴했다. 이들 기관 역시 폴리마켓의 운영 방식이 국내 법률상 도박장소 개설이나 도박죄 등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폴리마켓 “탈중앙화 P2P…한국법 적용 대상 아니다”
폴리마켓 측은 국내 법령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앞서 방미심위는 지난 7월 6일 통신소위에서 폴리마켓 측의 의견진술을 청취하기로 의결했고, 이날 폴리마켓의 입장을 확인한 뒤 최종적으로 접속차단을 의결했다.
폴리마켓 측은 한국어 서비스를 제거했고 원화 결제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며 정보통신망 관련 국내 법령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비수탁형 P2P 거래와 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해 플랫폼이 운영되기 때문에 운영자가 이용자의 자금을 직접 집금·관리하는 ‘주재자’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형법상 도박이나 국민체육진흥법상 유사행위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블록체인에서 계약 조건을 코드로 구현해 조건이 충족되면 별도의 중개자 없이 거래가 자동으로 실행되도록 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방미심위는 기술적 구조만으로 국내 법령 적용을 피할 수 없다고 봤다.
방미심위는 한국어 서비스 제공 여부나 탈중앙화 기술, 거래 인터페이스·오더북 등 중앙집중형 요소의 존재 여부와 같은 기술적 특성이나 서비스 방식을 이유로 국내 법령 적용을 회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8월 서울 강수량’ 등 국내 특화 이슈를 대상으로 하면서 우연성에 따른 승자독식형 손익구조를 통해 국내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불법 도박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해 접속차단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한국만의 문제 아니다…프랑스·독일·호주도 규제
폴리마켓을 둘러싼 규제 논란은 한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프랑스는 폴리마켓이 이용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고 일부 베팅의 경우 조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지난 7월 16일부터 폴리마켓 접속을 차단했다.
호주와 독일 역시 폴리마켓의 서비스를 불법 온라인 도박 또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베팅으로 판단해 각각 2025년 8월과 9월 접속을 차단한 바 있다.
폴리마켓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금융시장과 유사한 방식으로 미래 사건의 결과를 거래하는 ‘예측시장’을 표방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거래 결과를 실시간 확률 데이터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정보시장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하지만 각국 규제기관이 주목하는 지점은 결국 이용자가 돈을 걸고 결과에 따라 손익을 얻는다는 구조적 특성이다.
이번 국내 결정 역시 ‘블록체인으로 운영되는가’보다 ‘무엇을 거래하고, 이용자의 돈이 어떤 방식으로 결과에 따라 배분되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술적으로 탈중앙화된 예측시장이라고 하더라도 국내 이용자에게 우연에 기반한 금전적 승패를 제공한다면 국내에서는 도박 또는 사행행위 규제를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