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캐나다, 멕시코산 제품에 25%, 중국산 제품에 대해선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과세 부과 조치는 오는 4일부터 시행된다.
|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리적 이점은 물론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간 체결한 자유무역협정(USMCA)으로 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최적의 생산 기지로 평가받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도 잇따라 멕시코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번 관세 조치로 가장 큰 직격타를 맞은 곳은 기아다. 기아는 2016년 준공한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시 소재 공장에서 연간 25만대의 차량을 생산 중이다. 이 중 지난해 기준 ‘K4’ 한 차종 12만대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멕시코 산 제품 25% 관세 부과 시 기아의 예상 손실액은 연 9000억원가량이다.
현대차그룹은 공급망 조정 및 판매단가 인상, 미국 현지 생산 확대 등 다양한 대응을 고심 중이다. 특히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 소재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기아도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에서 EV9 외에 EV6를 추가로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앨라배마주 공장이나 HMGMA의 생산능력을 고려하면 70% 이상은 물량 커버가 가능할 것”이라며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시장 변화와 리스크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라고 언급했다.
|
가전 또한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와 티후아나에서 가전 공장과 TV 공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 LG전자도 멕시코 레이노사(TV)·몬테레이(냉장고)·라모스(전장) 등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이에 LG전자는 현재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는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냉장고와 TV 등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최근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제품은 한 제품을 여러 생산지에서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체제를 확대하고, 최적의 생산지를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도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5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이 가장 잘하는 것이 글로벌 공급망”이라며 공급망 다변화 및 생산지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멕시코에서 자동차 강판 등을 생산하고 있는 포스코 또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현대차그룹의 현지화 전략에 발맞춰 미국에 전기로를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멕시코 현지 고객사를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면밀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이 이번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으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대응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직접적으로 얽혀 있지 않아 적극적으로 개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실장은 “이번 관세 부과가 제3국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세우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일본과 유럽연합(EU) 등도 비슷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데다 미국 기업도 상당수 멕시코에 투자한 상황”이라며 “다국적 이해관계자들이 한목소리를 내서 빠른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해당국을 압박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
특히 한국도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에 예외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장 우방국으로 여겨졌던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가 이뤄지면서 다음 대상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며 “우리나라는 최근 역대 최대 규모의 대미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다음 표적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