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결론 초읽기에 몸푸는 與주자들
'헌재 승복 메시지' 낸 한동훈·안철수
'탄핵 기각' 메시지 낸 김문수·홍준표
선고 이후로 출간 미룬 오세훈 시장
[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여권 주자들의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윤 대통령 석방과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기각 이후 잠시 숨죽였던 여권 잠룡들이지만, 탄핵이 인용될 경우 조기 대선 레이스가 즉시 시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반탄(탄핵 반대)파는 탄핵 기각·각하를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찬탄(탄핵 찬성)파는 결과 승복 메시지를 내놓으며 행보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 왼쪽부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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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그는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과 함께 이영훈 담임목사를 만나 “지금은 화합과 치유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10일 부산에서 자신의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관련 북콘서트를 연 지 6일 만의 공식 행보다. 한 전 대표는 17일에도 조계종 총무원장을 방문하며 외연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지난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며 대구·경북 지역을 찾았고, 17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해 보수층 결집을 도모할 계획이다. 앞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도 잇따라 이 전 대통령을 찾았다.
이들은 탄핵 결과에 대한 ‘승복’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예배 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 결과에 승복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민주주의 체계를 갖춘 나라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에서 “폭력 사태는 막아야 한다”며 여야가 공동으로 헌재 판결 승복을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반탄파 주자들은 탄핵 기각·각하를 촉구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반탄파 대표주자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재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기각될 것”이라며 “보궐선거는 대통령이 궐위될 때 가능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탄핵 기각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수감 중이었다면 기각 가능성이 낮았겠지만, 지금은 재판관들이 탄핵 인용으로 이동하는 데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어떤 결론이 나오든 조기 대선은 불가피하다”고도 덧붙였다. 홍 시장은 당초 21일 출간 예정이었던 저서 꿈은 이루어진다를 탄핵 심판 이후로 연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그는 저서 다시 성장이다 출간을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인 24일로 미뤘다. 선고 전 조기 대선 행보가 보수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다만 오 시장은 14일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서 책 출간과 관련해 “조기 대선 행보가 맞다”고 언급한 바 있다.
 | 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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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보수층의 여론 향방은 아직 불투명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중도층이 중요하다’는 의견과 ‘보수 결집 없이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한국갤럽의 최근 한 달간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 중 34~37%가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의견 유보’로 응답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의견 유보 비율은 최대 16%에 불과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