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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붐세대 결혼 줄어들면 끝…전세대출 한도부터 확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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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I 2026.05.01 05:02:02

인구절벽 막을 골든타임, 30대 결혼에 성패 달렸다
360만명 정점찍은 결혼적령기 인구
앞으로 4년간 혼인·출산 못늘리면
출산율 반등해도 인구절벽 불가피
기혼자 중심 저출산 대책으론 한계
결혼 꿈꾸는 청년 위한 지원책 절실
주거 문제부터 정부가 책임져줄 때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하상렬 기자] 정부가 출산 중심에서 결혼 지원으로 인구전략 전환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금이 인구절벽을 막을 ‘골든 타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 자녀인 ‘에코붐 세대’(1991~1995년생)의 혼인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2030년 이후 인구가 급감하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에코붐 세대 이후 출생 인구가 크게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얘기다.

그간 결혼한 세대의 출산을 지원해온 대책이 정작 출생아 수 증가를 끌어내지 못한 점도 전략 수정 이유로 꼽힌다. 결혼이 증가하지 않을 경우 출산율 역시 높아질 수 없다는 결론이다.

전문가들은 결혼을 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주거와 일자리 문제 등을 손꼽고 예비 부부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결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주거 대책뿐 아니라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인프라 격차 해소, 좋은 일자리 확대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혼인 늘어나자 출산율도 반등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5년까지만 해도 1.2명 안팎에 머물렀으나 2018년부터는 1명을 밑돌고 있다. 특히 연간 출생아 수가 2015년 43만 8000여명에서 2023년 23만여명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2015년까지 연간 30만건을 기록한 혼인 건수가 2022년 19만 2000여건으로 감소하면서다.

최근 출생아 수가 반등한 것은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에코붐 세대가 결혼 적령기를 맞아 혼인이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984~1990년 연간 출생아 수는 60만명대였지만 1991~1995년엔 매해 70만명 이상이 태어났다. 이 세대의 혼인이 늘자 출생아 수도 증가해 올해 1월과 2월 합계출산율은 0.9명대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1996~2000년엔 매년 60만명대가 태어났으나 2001년 56만여명, 2002년 49만 7000여명으로 출생 인구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결혼과 출산 적령기인 연령대가 30~34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2030년 무렵까지가 혼인과 출산이 늘어날 수 있는 ‘골든타임’인 셈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 1.2명 정도가 돼야 한다”며 “지금은 인구 감소를 완화하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홍 교수는 2030년 이후엔 모수(여성 인구)가 줄어 출산율이 올라도 출생아 수는 감소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박철성 경제금융학부 교수 역시 “(인구전략 전환이) 늦었다고 볼 수 있다. 에코붐 이후 세대가 40대로 넘어가면 출생아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저출산 예산 6배 늘렸지만 출산율 하락


지금과 같은 저출산 대책으론 혼인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정부는 제3차(2015~2020년) 및 4차(2020~2025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통해 총 304조 2000억원을 저출산 대책에 투입했으나 기혼자가 자녀를 쉽게 기를 수 있는 데에 중점을 뒀다. 임신과 출산 전후 의료비 부담 경감, 생애 초기 영아에 대한 보편적 수당 지급, 육아휴직 확대 등 정책을 통해서다.

반면 미혼 남녀가 결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저출산 대책 예산을 1~2차(2005~2015년) 기본계획 때 58조 8000억원에서 이후 10년간 6배 가까이 늘리고도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기혼자 지원 정책마저도 일부 계층에 편중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강지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실장은 “정부 정책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보편성이 가장 중요한데, 육아휴직만 봐도 대기업과 공공기관 상용직 근로자가 주로 사용하고 고용보험 가입이 어려운 사람은 수당도 받을 수 없다. 출산하면 누구에게나 사회가 지원한다는 메시지를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결혼 전부터 지원, 경제·사회정책 총망라해야

정부가 추진 중인 인구전략 과제엔 혼인율 제고를 위한 경제·사회분야를 망라한 대책이 담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혼 청년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지혜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직장을 구해도 집이 없으면 결혼의 제반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인식한다”고 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는데, 그럼에도 혼인 정책엔 특례를 둘 필요가 있다”며 “신혼부부에게 부동산 자금 1억원을 저리로 대출하는 정책 등을 보다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신혼 이전부터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홍석철 교수는 “결혼 1년 전부터 대출 혜택을 주는 게 좋다. 결혼 후 부여하면 소용이 없다”며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은 전세보증금 한도를 현행 80%에서 90%로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혁신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를 줄여 좋은 일자리를 확충하는 점도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지금은 임금과 복지 차이가 크다 보니 중소기업에 취직해도 대기업으로 옮기기 위해 결혼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강지원 실장은 “결국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역의 경우 생활 인프라를 확충해 정주 여건을 조성하고, 미혼 남녀가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대표)는 “장기적으론 노동시장 개혁, 교육 경쟁 완화, 평등한 돌봄과 같은 근본적인 과제가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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