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김포족 느는데…김장 문턱 낮춘 `김장투어` 가보니

노희준 기자I 2024.12.08 14:43:13

6일 충북 동원F&B 진천공장 '김장투어' 가보니
서울 등에서 온 초보부터 배테랑까지 17명 주부 참가
"언니·이모·엄마까지 친정식구와 김장 나들이 즐거워"
김장 직접 담갔다(24.7%) VS 상품김치 구입(30.6%)

[진천(충북)=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배춧잎 한 장씩 잡아 넘겨 가면서 하나도 빠짐없이 속을 넣어주세요. 위에는 넉넉히 넣어주시고요. 색깔이 아주 잘 나왔네요.”(동원F&B 김장투어 담당자 남영애씨(62))

동원F&B 김장투어 현장 (사진=동원F&B)
6일 오전 11시께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에 있는 4만6280제곱미터(1만4000평) 규모의 동원F&B(049770) 진천공장 한편이 붉은색으로 물들어갔다. 흰색 위생복을 입고 흰색 머리망과 붉은색 모자에 붉은색 앞치마를 두르고 붉은 고무장갑까지 낀 17명의 주부들은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두 편으로 나뉜 탁자 위에 가지런히 준비됐던 절임 배추와 겉절이용 배추, 무, 붉은 기본양념, 겉절이용 밤, 잣, 굴, 새우, 배와 쪽파, 청갓은 빠르게 버무려져 붉은색의 한포기 김장으로 변해갔다.

이날 ‘양반김치’로 유명한 동원F&B는 소비자가 직접 김장해 집으로 배송할 수 있는 ‘김장투어’ 행사를 열었다. 김장투어는 김장비용 10만원(포기김치 10kg당, 5포기 정도)과 참가비용 5만3000원(교통비·겉절이1kg·중식 포함)을 내면 절인 배추와 김칫속 등의 재료를 현장에서 받고 전문가 도움을 받아 직접 김치를 담글 수 있는 행사다. 1999년 시작한 국내 최초의 김장투어 행사로 올해 24회째를 맞았다.

동원F&B 김장투어 현장 (사진=동원F&B)
이날 행사에서 만난 서울 강남구 거주 주부 이채은(42)씨는 “6년간 매년 참가하고 있는데 김치가 맛있고 담그기도 편해서 좋다”고 말했다. 이씨에게 김장투어를 소개해줬다는 그의 이모는 “우선 김치가 맛있고 집에서 일을 안 벌이는 것도 좋다”고 웃었다.

최근 들어 집에서 직접 김장하기보다는 상품김치를 사 먹는 경향이 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3(2022년 기준) 김치산업 실태 조사 분석보고서’를 보면 소비자 가구 3183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가정에서 김치를 조달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은 것은 상품김치 구입(30.6%)이다. 이어 부모·형제 등 가족에게 얻었다(28.8%), 직접 담갔다(24.7%), 친척·지인 등에게 얻었다(15.0%), 집에서는 김치를 먹지 않았다(1.0%) 등 순으로 집계됐다. 김치를 직접 담그는 비율은 2017년 56.3%에 견주면 절반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동원F&B 김장투어 현장 (사진=동원F&B)
최동호 동원F&B 진천공장장은 “가정에선 배추 절이는 것을 가장 어려워한다”며 “예전에는 5인 가족 기준으로 한집에서 100포기도 해먹었지만, 요새는 담가 먹는 양도 많이 줄었다. 연 1700명에서 2000명 정도가 김장투어에 참가하는데 맛있는 양념 때문에 매번 오시는 단골 고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장투어는 김장하지 않는 ‘김포족’ 증가 속에 편리하게 자신의 손맛을 느낄 수 있게 김장 담그기 문턱을 낮춘 행사다. 실제 이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김장을 해봤다는 용인시 거주 40대 주부 송가영씨는 “김치를 보내주셨던 시댁과 친정도 이제는 김장을 하지 않아 김장투어에 참여하게 됐다”며 “여러 번 온 분들이 많은 듯한데 가족들이 맛있다고 하면 계속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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