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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근육병' 대학원생의 기적...눈 깜빡여 쓴 논문 썼다

김혜선 기자I 2025.02.23 23:01:31

근이영양증 장익선씨, 광주대서 학위·학술상 받아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근육이 점점 마비되는 희소병 ‘근이영양증’을 앓는 대학원생이 안구 마우스로 눈을 깜빡이며 쓴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눈으로 쓰는 근육병 일상 갈무리)
23일 광주대학교에 따르면 장익선(37) 씨는 최근 2024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광주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석사 학위와 학술상을 받았다.

장씨는 5살때 근이영양증 진단으로 수십년간 침상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생활을 해왔다. 근이영양증은 UN이 지정한 5대 희귀난치성 질환 중 하나로, 근육세포가 파괴돼 근력이 약화되며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다.

장씨는 전신이 굳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공부를 이어나갔다. 중고등과정 검정고시를 거쳐 광주대 사회복지학부를 졸업한 장씨는 지난 2019년 광주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에 입학하고 2021년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장씨는 낮에는 근육장애인 환우들을 위해 광주근육장애인협회에서 일했다. 밤에는 대학원 수업을 들으며, 전자책이 없는 서적은 개인 스캐너를 마련해 책을 통째로 스캔해 읽었다. 학부 시절에는 그나마 손을 움직일 수 있어 책상에 누군가 손을 올려주면 필기를 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손을 움직일 수 없어 학업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장씨는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이어갔다. 근육병에 대해 알리기 위해 유튜브에 ‘눈으로 쓰는 근육병 일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유튜브에서 “수업에 동행했던 활동지원사께서 밤늦게까지 같이 고생했다”며 “지원사께서 7시간 동안 나 때문에 앉아서 수업 내용을 책과 노트에 옮겨 주고, 책장을 넘겨주느라 고생을 정말 많이 하셨다”고 전했다.

장씨는 “근육장애인의 경우 중고등교육 과정도 채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노력한 부분도 있지만 운이 따랐고 대학원 공부까지 할 형편이 됐다”며 “부모님께서 적극적으로 학업을 지원해주셨다. 다른 환우들을 대표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논문을 쓰기로 했다”고 전했다.

논문 작성은 쉽지 않았다. 안구 마우스를 이용해 눈을 깜빡이며 한 글자씩 써내려야 했기 때문이다. 장씨는 포기하지 않고 근육장애인의 애환을 알리겠다는 사명감으로 ‘근육장애인의 생명권 운동 연구’를 주제로 논문을 작성했다.

그는 “홀로 있던 근육장애인이 활동보조인 퇴근 후 보호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인공호흡기 이상으로 의식불명에 빠지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잦다. 우리에게 활동지원은 곧 생명권인데, 하루 지원 시간이 6시간에 불과해 벌어지는 일”이라고 주제 선정 배경을 밝혔다.

또 “우리 같은 근육장애인은 드러나지 않고 숨겨져 있던, 보이지 않던 존재들”이라며 “근육장애인을 세상 밖으로, 음지가 아닌 양지로 끌어내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성공적으로 논문 작성을 마친 장씨는 지난 21일 ‘찾아가는 졸업식’을 통해 학위를 전달받았다. 이 자리에서 장씨는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는 패배가 아니다”며 “우리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김동진 광주대 총장은 “위기를 극복하고 능동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로 끊임없는 성장을 거듭해 영예롭게 학위를 받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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