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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철강 무역장벽 강화는 안 그래도 어려운 국내 철강업계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은 이달 12일(현지시간) 자국 안보를 이유로 주요 제품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자국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모든 수입 철강재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이미 2018년 이 조치를 했으나 국가별로 예외를 부여했고 한국도 연 263만톤(t)까지는 관세 면제를 받았으나 이번에 폐지됐다.
우리 철강업계는 이 조치로 이중고를 겪게 됐다. 직접적인 대미 수출 수익성 악화와 함께 대미 수출길이 막힌 글로벌 철강사들의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 심화에 노출됐다. 한국 철강업계는 안 그래도 중국발 공급과잉 탓에 2021년 이후 3년 연속 수익성 악화로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산업부는 이에 이달 중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를 내놓는다. 특히 외국 철강사가 국내 덤핑방지 조치를 피하고자 제삼국을 거쳐 우회 수출하려는 시도를 막는 조치가 포함될 계획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정부가 수입 철강재의 원산지 의무 기재 등 원산지 모니터링을 위한 강력한 조치를 시행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다만, 너무 공세적인 자국 보호 정책은 자칫 각국의 보호주의가 강화되는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은 대책 수위를 고심 중이다. 산업부는 지난 주말에도 정부가 철강 원산지 의무기재와 감시 시스템 도입 등을 내놓으리란 업계의 기대 섞인 전망에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번 방안에는 현 상황을 촉발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비롯해 유럽연합(EU), 인도 등 주요국 철강 관련 통상조치와 관련한 협상 계획과 피해 기업 지원 방안도 담길 전망이다. 미국은 이번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와 함께 볼트, 너트 등 253개 품목에 대해서도 동일한 관세 부과 조치를 하며 국내 관련 중소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 EU 역시 내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따라 철강 등 탄소 다배출 품목에 대해 탄소 배출량에 따른 탄소배출권 구매 의무를 부여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과의 협상은 업계 요구와 국익에 따라 우리 철강재가 관세 부과 조치의 예외가 되거나 최소한 경쟁국 대비 불리하지 않도록 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무역·통상 정책은 자칫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기에 어느 수준에서 발표할지 고심해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