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으로 아일랜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아일랜드 여권 신청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찰리 플래너건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지난 24일 브렉시트로 투표결과가 확정된 이후 아일랜드 여권신청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여권 신청이 늘어나면서 영사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전했다.
플래내건 장관은 “영국 국민들은 여전히 EU 회원국으로서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있다”며 “불필요하게 아일랜드 여권신청이 늘어나면서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고 말했다.
브렉시트 투표 전에 플래너건 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영국과 북아일랜드인들의 첫 아일랜드 여권 신청이 소폭 늘었다”며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영국 거주자들의 여권신청 건수가 4000건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발급된 아일랜드 여권 67만개 대부분은 아일랜드 시민권자들이 신청한 것이었다.
하지만 브렉시트 결과가 나오면서 아일랜드 여권 신청이 물밀듯 밀려드는 상황이다. 주말 동안 북아일랜드의 수도인 벨파스트 우체국에 비치된 여권신청서는 모두 동날 정도였다.
아일랜드는 EU 회원국인 만큼 영국이 EU에서 탈퇴한 이후 역내 이동의 자유 등을 보장받기 위해 아일랜드 여권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규정상 아일랜드의 섬에서 태어났거나 부모가 아일랜드인일 경우 자동으로 아일랜드 여권을 받을 수 있는 시민권자가 된다. 조부모가 아일랜드 출신이면 아일랜드 여권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이는 지난 1998년 30년을 이어왔던 북아일랜 드내 분쟁을 마무리하면서 체결한 ‘굿프라이데이 협정’(Good Friday Agreement)에서 이 지역 거주자들에게 아일랜드와 영국 여권을 동시에 보유하는 것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북아일랜드 거주자 180만명 가운데 최소 50만명이 아일랜드 여권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 내에 아일랜드 혈통을 가진 이는 대략 600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북아일랜드는 스코틀랜드, 런던과 함께 EU 잔류에 투표한 세 지역 중 하나였던 만큼 탈퇴 결정이 내려진 상황에서 아일랜드 여권신청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북아일랜드의 친영국계 정당으로 영국으로부터 독립 대신 연합하자고 주장했던 얼스터 연합당 당원들 조차도 아일랜드 여권 신청에 나서고 있다.
통합아일랜드당 소속 닐 리치몬드 더블린 상원의원은 “연합당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어떻게 아일랜드 여권을 취득할 수 있는지 문의를 많이 받았다”며 “연합당 소속으로서는 아일랜드 여권을 보유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브렉시트로 인해 EU 회원국 여권을 갖고 있는 것이 여행이나 업무, 연구 목적에 얼마나 중요한지 명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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