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로 인해 글로벌 풍력 발전 기업들이 미국에서 일부 프로젝트를 연기하거나 투자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있으며, 신규 계획은 불확실성 속에 표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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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선 기간부터 해상 풍력 발전을 강하게 비판하며 “첫날부터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실제 그는 취임 후 첫 행정명령 중 하나로 연방정부의 풍력 발전 허가 및 임대 중단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지지자들에게 “우리는 풍력 같은 건 하지 않을 것”이라며, 터빈 블레이드가 회전하는 동작을 손으로 흉내 내면서 “커다란 추한 풍력 터빈이 동네를 망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급변한 정책 기조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도 미국 내 풍력 사업을 재검토하고 나섰다.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는 미국 내 해상 풍력 프로젝트를 4년간 보류하기로 했다. 석유 기업 셸은 10억 달러(약 1조4400억원) 규모 손실이 발생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해상 풍력 프로젝트에서 발생했다. 덴마크의 해상 풍력 대기업 외르스테드는 미국 내 풍력 사업에서 17억 달러(약 2조44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2030년까지의 자본 투자 계획을 25% 축소했다.
미국에서 현재 건설이 진행 중인 풍력 프로젝트는 지속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허가 절차가 불확실해지면서 업계 전반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의 육상 풍력 발전소는 주로 사유지에 설치되지만, 연방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는미 육군 공병단의 허가가 필요하고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과 연방토지관리국(BLM)이 전력망 연결을 위한 통행권을 부여한다. 풍력 터빈의 높이 및 조명 요구 사항 때문에 연방항공청(FAA)에 신고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기존 계약 검토를 포함할 뿐 아니라 특히 아이다호주의 ‘라바 리지(Lava Ridge) 풍력 프로젝트의 진행을 일시 중단시켰다. 라바 리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 강제 수용소 부근에 건설될 예정이었으며, 이에 대한 지역 반발이 거셌다. 작년 12월 연방토지관리국은 역사적 유적지에서 더 멀리 떨어진 축소된 프로젝트를 승인했지만,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더그 버검 미 내무장관은 이 프로젝트의 재검토를 지시하며 “필요할 경우 새로운 종합 분석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풍력 산업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포함된 세액 공제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사기”라고 비판하며, 향후 감면 혜택 축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세금 제도가 바뀌기 전에 장비 주문과 기초 공사를 서둘러 진행하며 세액 공제를 확보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알릭스파트너스의 데이비드 힌드먼 전력·재생에너지 부문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작업이 개발사들에 활력을 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토지 확보와 허가 과정이 다시 시작돼야 하므로 현재의 불확실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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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풍력의 공급망은 루이지애나주의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션틱 네트워크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주 내 38개 기업이 해상 풍력 프로젝트에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조선업 및 해양 지원 분야까지 연계되고 있다. 루이지애나 기반 해양 운송업체 오토 캔디스의 오토 캔디스 3세 CEO는 “정부가 프로젝트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해상 풍력 산업이 지속되길 바란다”며 “공급업체 입장에서 다양한 시장이 존재하는 것은 산업과 직원들에게 모두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풍력 산업 업계는 불확실성 속에서 명확한 정책 방향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명확한 정책 방향이 설정되지 않으면 개발업체, 금융 투자자, 공급망 기업 모두가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알릭스파트너스의 힌드먼은 “현재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더 확실한 정책 방향을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청정전력협회의 프랭크 마키아롤라 수석 대변인은 “현재 건설 중이거나 이미 개발이 상당히 진행된 프로젝트들이 계속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들은 이미 경제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