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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풀어도 집값은 잡히지 않는다[손바닥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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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I 2026.08.01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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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시차 탓…시장 원하는 건 '토지' 아닌 '주택'
10년 뒤 '청사진' 아닌 양질 도심 공급 확대 필요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정부가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해 수만 가구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할 때마다 시장은 기대감으로 들썩인다. “공급이 늘어나면 집값은 안정된다”는 공식이 반복되고, 정책 발표 직후에는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형성된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는 공급 확대 정책일 수는 있어도 현재의 집값을 안정시키는 정책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공급 시차다.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해서 곧바로 주택이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토지 이용 규제 해제부터 보상, 지구 지정, 인허가, 기반시설 조성, 분양, 준공까지 약 10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정부는 토지를 확보한 순간 공급이 시작됐다고 말하지만 시장이 원하는 것은 ‘토지’가 아니라 지금 당장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이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개발제한구역 일대.(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내곡동 개발제한구역 일대.(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의 2016~2025년 서울의 지정 및 공급 실적을 10년간 경인 지역에서 수천~수만 천㎡ 단위의 지정과 공급이 이어지는 동안 서울은 완벽히 실종 상태였다. 2016~2017년 지정 대비 공급은 천㎡였고, 2019~2021년 3년 연속 공급 면적은 0㎡를 기록했으며, 2025년 역시 지정 42만6000㎡에 공급은 1만9000㎡에 불과했다. 도심 상급지 신축을 갈망하는 유효 수요층에게 교통망과 학군도 갖춰지지 않은 외곽 경인 지역 아파트 부지는 결코 대체재가 될 수 없다.

현재 수도권 집값을 움직이는 핵심 요인은 절대적인 주택 부족이 아니다. 직주근접과 교통, 학군, 생활 인프라를 갖춘 핵심 입지의 신축 공급 부족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10년 뒤 입주할 외곽 신규 택지는 현재의 매수 심리를 진정시키기 어렵다. 미래의 공급 계획만으로는 오늘 집을 구해야 하는 실수요자의 불안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신규 택지 발표 자체가 미래 공급에 대한 기대를 높여 시장을 안정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3기 신도시와 보금자리주택 사업에서도 발표 초기에는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보상 지연과 인허가 절차, 공사 일정 변경으로 입주 시점이 계속 늦어졌다. 사전청약 당첨자의 계약 포기와 일정 연기 사례도 반복됐다. 공급 기대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졌고 실제 입주가 늦어질수록 대기 수요는 다시 기존 주택시장으로 돌아왔다. 결국 공급 계획만으로는 시장 심리를 장기간 통제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문제는 입지의 차이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은 대부분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주변부다. 반면 수요가 집중되는 곳은 강남을 비롯한 주요 업무지구 접근성이 뛰어난 도심 핵심 지역이다. 외곽 공급은 외곽 수요를 흡수할 수는 있어도 도심 핵심지에 집중되는 수요까지 대체하지는 못한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저렴한 주택을 대량 공급하면 무주택자의 수요가 분산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주택시장은 하나의 시장이 아니다. 가격대와 입지, 구매 계층에 따라 서로 다른 시장으로 움직인다. 외곽의 저렴한 분양주택을 원하는 수요와 도심 신축을 선호하는 고소득층 및 자산가의 수요는 서로 대체 관계가 아니다. 외곽 공급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도심 신축의 희소성이 더욱 부각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자료=송승현 대표)
(자료=송승현 대표)
여기에 토지 보상이라는 변수가 존재한다.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수조 원 규모의 보상금이 토지 소유주에게 지급된다. 상당수 보상금은 대체 토지나 인근 아파트를 매입하는 자금으로 다시 시장에 유입된다. 이른바 ‘대토 수요’다. 공급 확대를 위해 집행한 보상금이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가격을 지지하는 결과가 된다.

물론 보상채권 비중을 확대하면 유동성 유입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채권 보상에 대한 반발이 크고 사업 지연과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결국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현금 보상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할 수밖에 없고 시장으로 유입되는 유동성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그린벨트 해제는 공급 확대 정책인 동시에 유동성 확대 정책이라는 양면성을 갖는다. 공급은 먼 미래에 나타나지만 보상금은 비교적 빠르게 시장에 풀린다. 공급 효과는 늦고 유동성 효과는 먼저 나타나는 구조에서는 단기적인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그린벨트 해제가 수도권의 구조적 문제를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외곽의 신규 주택 공급은 인구와 기업을 다시 수도권으로 끌어들여 지방소멸을 가속하고 수도권 일극체제를 강화하여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장기적 목표와 충돌한다.

교통과 환경 측면의 부담도 크다. 외곽 택지 조성으로 장거리 출퇴근이 불가피해지며 GTX 등 광역교통망이 완공되기 전까지 상당한 교통체증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도시의 탄소흡수원이자 생태적 보완재인 그린벨트가 훼손되면 도시 열섬현상과 재해 위험이 극대화된다. 단순한 주택 공급 확대라는 단기적 명분만으로 그린벨트가 지닌 장기적 공익 가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반복해서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내는 이유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대규모 공급 계획을 비교적 손쉽게 제시할 수 있고 공급 확대 의지를 보여주기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이 원하는 것은 발표되는 숫자가 아니라 실제 입주 가능한 주택이다. 더욱이 수요가 집중되는 도심에서는 재건축·재개발 규제와 사업성 문제로 공급이 지연되는 반면, 외곽 공급만 확대해서는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어렵다.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해법은 공급의 ‘양’보다 공급의 ‘질’과 ‘속도’에 있다. 도심 정비사업의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재건축·재개발의 불확실성을 줄이며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에 실제 입주 가능한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다. 공급은 숫자가 아니라 시장이 체감하는 시점에 완성될 때 비로소 가격 안정 효과를 만든다.

시장은 이미 단순한 공급 발표에 반응하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수만 가구라는 숫자가 아니라 언제, 어디에, 어떤 주택이 실제로 공급되는지에 대한 신뢰다. 그린벨트 해제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10년 뒤의 청사진이 아니라 지금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도심의 실질적인 공급 확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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