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을 둘러싼 재정위기의 암운이 걷히지 않은 상황에서 유럽 경제의 모멘텀으로 작용해야 할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오히려 위기 심화의 실마리가 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 `구제금융 후보` 스페인, 주택시장이 최대 문제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이어 포르투갈과 함께 구제금융 유력 후보라는 불명예를 쓴 스페인은 주택시장 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유럽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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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침체는 관련 업체들의 연쇄 파산으로 직결된다. 스페인의 유력 부동산 컨설팅업체는 금융 위기 이전 6만개에 달했던 부동산업체 중 이미 2만3600개가 파산했다고 전했다. 이들 업체가 아직 은행권에 상환하지 못한 부채 규모는 1370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2007년 금융 위기 발발 이전까지 스페인 부동산 시장은 대호황을 누렸었다. 당시 까하(Caja)라고 불리는 저축은행들이 무더기로 생겨나 공격적으로 부동산 대출에 나섰고 이는 이후 부동산 시장 붕괴와 함께 오히려 스페인 경제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가디언은 주택시장은 스페인 경제의 또 다른 뇌관이라며 현재 스페인 경제 악화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주된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 英 부동산 침체, 경기 회복 저해 우려
최근 회복 분위기를 나타내던 영국 부동산 시장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07년 정점을 찍었던 영국 주택 가격은 금융 위기로 20% 가량 떨어진 뒤 이제 절반 가량 회복된 상태다. 그러나 지난 여름부터 다시 내림세를 보이더니 앞으로도 추가 하락이 염려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코노미스트 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데 따르면
주거용 부동산에 비해 그나마 나은 모습을 보이던 상업용 부동산시장도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컨설팅 업체 킹 스터지는 올해 영국 상업용 부동산 수익률은 16%로 견조한 편이었지만 내년에는 6%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FT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정부의 긴축정책 시행과 은행권의 모기지 대출 제한이 시장 부진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 아일랜드 킹 스터지 투자 담당 대표는 "내년에도 해외 투자자들과 국부펀드들의 수요는 꾸준하겠지만 전체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올해에 비해 시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부동산 시장의 더딘 회복세는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는 영국 경제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대니 가베이 페이돔컨설팅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가격의 하락세는 경제 회복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