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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의 노후 소득보장’이라는 공공성을 위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최우선 목표로 ‘장기 투자’를 원칙으로 한다. 단기적인 시장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략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19 팬데믹, 고금리 국면 등 여러 위기 상황에서도 꾸준한 회복력을 보여줬고 중장기적 운용 성과를 가능하게 했다.
둘째, 전략적 자산 배분을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설계다. 국민연금은 매년 경제성장률, 물가, 환율, 인구통계 등 주요 거시 변수와 연금 재정지표를 반영해 자산군 간 중장기 비율을 조정한다. 2025년 4월 말 기준 기금의 포트폴리오는 국내주식과 채권에 약 40.4%, 해외 주식과 채권에 약 42.0%, 대체투자 약 17.6% 수준이다. 특히 해외 투자 비율 확대는 국내 자산 편중에 따른 위험성을 낮추고 글로벌 성장 동력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셋째, 대체투자 확대다. 국민연금은 부동산, 인프라, 사모펀드 등 비전통 자산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수익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자산 간 상관관계를 낮춰 전체 위험성을 줄이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뉴욕, 샌프란시스코, 런던, 싱가포르 현지사무소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공동 투자 또는 직접 운용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전문인력 확충을 통한 운용 전문성 강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은 외부 전문가 협력과 전문인력 확충을 통해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수익률 1%p 상향을 달성하려면 글로벌 연기금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해외 및 대체투자 분야에서의 전문인력 확충과 과감한 예산 투입이 필수다. 이를 비용이 아닌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연금개혁으로 추가 확보된 기금 운용의 골든타임을 허비하지 않고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현명한 대응이라고 할 것이다.
다섯째, 리스크 통제와 거버넌스 체계의 안정성이다. 국민연금은 총 505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기금운용본부를 중심으로 내부통제, 준법감시, 외부 전문가 자문 등 다중 시스템을 통해 시장 위험성, 신용 위험성, 환율 위험성 등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지침 정비, 인공지능(AI) 기반 리스크 예측기법 도입 등 장기 성과를 위한 질적 기반도 강화 중이다.
지금까지 톺아본 대로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투자 운’이 아니라 철저한 계획과 원칙에 기반한 결과다. 예일대 기금운용의 전설로 불리는 데이비드 스웬슨은 “투자는 단순히 자산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책임과 철학을 가지고 자산을 관리하는 일이다”라고 했다. 이 말은 기금운용이 단기적 수익률을 넘어서 국민의 노후라는 사회적 가치와 직결돼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국민연금은 국민이 맡긴 소중한 자산을 바탕으로 노후의 안정과 신뢰를 지켜야 하는 공공기금이다. 수익률이라는 숫자 하나하나에는 국민 삶의 질과 미래에 대한 약속이 담겨 있다. 우리는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성과를 단순한 재무 수치로만 보지 말고 그 안에 담긴 철학과 책임의 무게를 함께 봐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