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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 변호인’ 강신옥 회고록 ‘영원히 정의의 편에’ 출간

피용익 기자I 2025.01.24 08:24:57

홍윤오 지음, 새빛 펴냄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정의와 불의를 가리는 일에는 진보와 보수의 구분도, 좌파와 우파의 차이도 없다.”

10·26 사건 당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변호인이었던 고(故) 강신옥 변호사의 회고록 ‘영원히 정의의 편에’(홍윤오 지음, 새빛 펴냄)가 이달 출간됐다.

강신옥은 1936년 경북 영주시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재학 중 고등고시 행정과(10회)·사법과(11회)에 합격해 1962년부터 서울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미국 유학 후 1967년 변호사로 개업한 후 인혁당 사건, 민청학련 사건, 3·1 민주구국선언 사건 등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의 변론을 맡으면서 대한민국 1세대 인권변호사로 불렸다. 그는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김재규를 처음부터 끝까지 변호하며 그의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에서 강신옥은 김재규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라는 대의를 위해 개인적 소의를 희생한 의인”이라며 그에 대한 재평가를 주장한다. 그러면서 “브루투스와 같은 처지에 놓인 김재규가 본회퍼처럼 고민하다가 안중근의 심정으로 권총을 끄집어 쏘았다고 하면 이를 억측이라고 무조건 무시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강신옥은 또 “민간인 김재규가 일반 법원이 아닌 계엄 군법회의에서 재판받은 점, 정당한 방어권 기회를 박탈당한 점, 신군부에 의한 쪽지 재판 등 그동안 재심 사유가 많이 보강이 됐다”면서 “하루빨리 재심을 통해 ‘내란 목적 살인’ 죄목 중 ‘내란 목적’만큼은 빼는 것이 역사적·사법적 책무이자 김재규의 명예를 최소한이나마 회복시켜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강신옥은 유신체제에 대해선 “권위주의 정권 시기라 해도 정의와 양심을 위해 기꺼이 직이라도 걸 수 있는 판사와 검사 5명만 있었다면 수백, 수천 명의 억울한 시민들과 무고한 학생들 피해와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고 아쉬워하며 정의와 불의를 가리는 일은 이념과 사상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이밖에도 제13대,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강신옥의 여정,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일화, 신영복 사건 변호 등 한국 현대사를 수놓은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소개한다. 고인의 사위이자 오랫동안 한국일보 기자로 일한 홍윤오 씨가 생전에 강신옥 변호사로부터 들었던 여러 이야기들과 2015년~2016년에 걸쳐 진행한 인터뷰 등을 토대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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