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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제연구원 김윤정 연구위원] 여야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당파를 초월하는 한 가지 사안이 있다. 바로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2월 1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공청회에서는 플랫폼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여야가 드물게 의견을 같이했다.
상품의 유통방식이 온라인 중심으로 급격히 개편되는 세계적 추세에서 소상공인들이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유통경로는 다수의 소비자와 입점판매자를 상호 연결시켜주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이러한 디지털 환경에서 스타트업 등 신규사업자가 새로이 진입하여 플랫폼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고 혁신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독과점 플랫폼의 진입장벽을 허물고 경쟁제한적 행위를 효과적으로 방지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이 요구된다.
또한 작년 소상공인들에게 치명상을 안겼던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와 배달플랫폼의 지속적인 수수료 인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으로 하여금 판매대금을 금융기관에 별도로 보관하도록 한 뒤 일정한 시한 내에 정산하도록 하고 일방적이고 과도한 수수료 인상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플랫폼 거래공정화법’ 이 시급히 통과되어야 한다.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도 빅테크 반독점 전문가인 게일 슬레이터(Gail Slater)를 법무부 반독점 책임자로 지명함으로써 플랫폼 규제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비해 플랫폼 규제법이 없는 한국은 독과점 플랫폼의 경쟁제한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해 혁신과 공정한 경쟁이 저해되어 글로벌 디지털 경제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
우리 플랫폼 사업자들은 국회에 발의된 법안이 너무도 강력하고 편파성을 가져서 국내 사업자들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야가 각기 발의한 플랫폼 규제법안들은 EU 디지털시장법 등 해외 법률에 비하면 플랫폼에 대해 적극적인 의무를 부여하는 수준이 매우 약한 최소한의 내용만을 담고 있다.
또한 우리 법안에 대한 미국 상공회의소의 반대 입장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국내 플랫폼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역시도 기우에 불과하다.
국회는 여당이 주장하는 사후추정 방식과 야당이 주장하는 사전지정 방식에 대한 논쟁을 뒤로 하고 초당적 합의를 통해 플랫폼 규제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이는 독과점 플랫폼 중심으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의 경제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