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사건은 원고가 배우자와 합쳐 이미 2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 명백히 조합원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 5월경 한 지역주택조합과 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하고 분담금까지 납입한 후, 뒤늦게 이러한 자격 미달 사실을 근거로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납입한 분담금의 반환을 청구한 사안이다. 이 사건은 1심, 항소심, 그리고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각 심급마다 판단이 엇갈리며 법적 쟁점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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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설령 원고가 조합원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원고와 조합이 서로 짜고(통정하여) 이러한 단속규정을 의도적으로 위반하려 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입증되지 않는 한, 그 계약 자체가 원시적으로 불가능한 내용을 담고 있다거나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당연히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즉, 자격 미비 사실만으로는 계약의 효력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1심과 정반대로 나타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조합에게 분담금 반환을 명령했다. 항소심은 원고가 피고 조합의 조합설립인가 신청일(2016년 6월 16일)이 이미 지난 2022년 5월 6일에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주택법령상 조합원 자격은 조합설립인가 신청일부터 입주 가능일까지 유지되어야 하는데, 원고는 계약 체결 당시 이미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각 1채씩, 합계 2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는 명백한 자격 미달 사유이며, 특히 조합설립인가 신청일 이후에 가입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이러한 자격 요건의 하자를 사후적으로 치유하거나 보완할 방법이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항소심은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이 체결 당시부터 객관적으로 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원시적 불능’ 상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했다. 또한, 조합원 자격에 관한 구 주택법령 규정은 당사자가 임의로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강행성을 지닌다고 보아,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설시했다. 피고 조합 측에서 원고가 자격 요건을 갖춘 것처럼 확인서를 작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기망하였으므로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거나, 계약서상 위약금 공제 조항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항변했으나, 항소심은 계약이 원시적 불능으로 무효인 이상 계약 내용에 따른 권리·의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배척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항소심 판결을 다시 한번 뒤집어 파기 환송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자격에 관한 주택법령 규정의 성격에 대한 기존의 확립된 법리를 재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즉, 해당 규정들은 조합의 공공성 확보와 투기 방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적 차원의 단속규정일 뿐, 이를 위반한 사법상 계약의 효력까지 곧바로 부정하는 효력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사자 사이에 이러한 단속규정을 위반하는 내용의 약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그 약정이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명확히 했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와 피고 조합 사이에 이러한 통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결국, 원고가 조합가입계약 체결 당시에 조합원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객관적인 사실만으로는, 항소심과 같이 해당 계약이 원시적 불능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었다. 항소심이 조합원 자격 규정의 강행성을 언급하며 계약 무효를 선언한 것은, 단속규정과 효력규정의 구별 및 원시적 불능의 법리를 오해한 결과라는 취지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 시 단순히 조합원 자격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계약이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그 계약이 사회질서에 반할 정도의 명백한 ‘통정’이 없는 한 일단 유효하게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는 조합원 가입을 희망하는 수요자에게는 계약 체결 전 자격 요건의 신중한 확인 책임을,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에게는 계약의 안정성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며, 향후 유사 분쟁에서 중요한 판단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