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Edaily 국책기관 인센티브, 민간 전문가 투입…기술평가 신뢰회복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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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라 기자I 2026.03.09 07:39:08

[코스닥3000 시대-기특제도 개선]
기술 전문성 확보 위해 2016년부터 국책기관 순차 지정했지만
참여 유인 부족으로 기피…지정 후 '0건'도 수두룩
민간 TCB엔 '노다지'…기평 타이틀 활용 컨설팅 병행 '이해상충 우려'
국책기관 참여 인센티브·TCB 전문인력 풀 확보가 관건

[이데일리 이혜라 신하연 기자]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기술력과 성장성은 있지만 아직 뚜렷한 실적을 올리지 못한 첨단·전략기술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국책연구기관의 참여 저조와 민간평가기관 쏠림으로 인해 평가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책기관 기술평가 외면…“인력 부족에 보상도 미흡”
2025년 기관별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기술 평가 건수. (그래픽=이미나 기자)


현재 기술특례상장 전문 평가기관은 기술신용평가사(TCB) 8곳과 국책 연구기관 18곳이다. 거래소가 지난 2016년부터 순차적으로 국책연구기관 18곳을 평가기관에 추가한 것은 각 연구기관이 보유한 전문 인력들을 활용해 기술평가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난해 기술특례상장 평가기관으로 지정된 18개 국책연구기관들 중 절반 이상(11곳)은 아예 평가업무를 수행하지 않았으며 나머지 기관들도 대부분 1~3건에 그쳤다.

국책 연구기관들은 기관 차원의 참여 유인과 인력 부족 등 문제로 기술평가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기관이 내·외부 전문 인력으로 팀을 구성해 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시장성, 차별성 등을 검증해야 하는 부담에 비해 수수료는 2000만원에 불과해 경제적 실익은 미미한 수준이다. 내부 인력은 해당 기술 평가업무에 따른 별도의 보상이 주어지지 않아 순번제나 제비뽑기식 차출마저 이뤄지고 있다.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관계자는 “공공기관 예산과 인력 구조로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에 무리가 있다”며 “기술평가는 상시 고정 업무가 아니어서 관련 예산 편성도 돼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렇다보니 전담부서나 전담인력없이 겸업방식으로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기술평가 전문 부서가 따로 없어 평가에 참여할 경우엔 별도 팀을 꾸려 인력을 차출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의 경우는 탄소중립기업성장실이 기술평가 총괄 업무도 병행 수행 중이다. 담당자는 탄소중립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 및 녹색인증제 운영 업무와 기술평가 총괄을 겸임 중이다.

TCB, 컨설팅 병행 ‘이해상충’ 논란도

국책기관의 참여가 저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민간평가기관인 기술신용평가사(TCB)들은 평가 실적으로 쏠림이 있다. 여기서 문제는 이 평가사들이 과도한 수익사업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크레더블은 홈페이지에서 기술특례상장 준비 기업을 위한 컨설팅 사업을 '기술특례상장 평가자문 시장점유율 1위' 등 문구를 게재하며 홍보 중이다. (사진=이크레더블 홈페이지)
일례로 이크레더블의 경우 홈페이지에 ‘기술특례상장 평가 및 자문 서비스 수행 실적(시장점유율) 1위’를 내걸고 기술특례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영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기술특례상장 평가 및 자문분야 시장점유율 1위라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앞세워 ‘기업의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체계적으로 분석·평가해 성공적인 기술특례상장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기술신용평가 등 대다수 기술신용평가사들은 기술평가를 토대로 한 컨설팅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예비평가와 컨설팅 서비스 출시과정에서 거래소 측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받아 기술평가와 컨설팅 업무를 병행하고 있는 만큼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코스닥 업계 관계자는 “수능 출제위원이 고3 학생을 상대로 과외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도덕적으론 비난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 전문평가기관 효율화 등 개편 예정

한국거래소는 이와 관련 전문평가기관 축소 등으로 효율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거래소는 최근 3년간 기술평가 기관으로 선정되지 않은 기관들에 편출 계획을 전달한 상태다. 거래소 관계자는 “실적이 없는 기관의 전문평가기관 자격을 유지하는 것이 기술성 강화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술평가 참여 평가위원과 관련한 공정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이해관계자 사전 기피 신청 절차’ 등도 마련할 계획이다. 기술평가 과정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인물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례 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으론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국책연구기관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2023년 국책연구기관에 대한 기관평가 지표에 기술평가 참여 실적을 추가하기로 했으나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았다. 기술평가 자격을 보유한 기존 18개 국책연구기관 가운데 참여 실적이 기관 평가 지표 가점으로 반영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관 연구기관은 5곳에 그쳤다. 나머지 13개 기관은 기술평가 참여 실적이 기관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 구조였다. 국책기관에 실질적인 참여 인센티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TCB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 특히 외부 전문가 풀(pool)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국가연구자원정보시스템(NRI)의 전문가 정보를 활용해 평가팀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업계에선 거래소에서 직접 전문가 풀을 구성하고 TCB가 이를 활용해 기술성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의 핵심은 공정하고 전문적인 기술 평가에 있다”며 “국책기관 참여에 대한 실질적인 유인책을 마련하고 TCB의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는 한 현재와 같은 부실한 기술 평가란 오명을 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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