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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유가→금리 ‘도미노’…30년물 5.337%
이날 시장을 흔든 출발점은 다시 중동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 현재 진행 중인 대화나 협상이 없으며 예정된 협상도 없다고 밝혔다. 60일간의 휴전 합의가 전날 만료된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화물선이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피격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5% 오른 배럴당 84.9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도 91달러선을 나타냈다.
번스 맥키니 NFJ인베스트먼트그룹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날 시장 흐름을 ‘도미노 효과’에 비유했다. 그는 “협상이 결렬되고, 그 결과 유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면서 채권금리가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장중 5.337%까지 치솟아 2007년 이후 최고치를 다시 썼다. 10년물도 장중 2025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가 이후 4.71% 안팎으로 내려왔다.
문제는 금리 상승이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30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올랐고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30년물 금리가 각각 2011년과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AI 투자를 위한 막대한 자금 수요가 동시에 세계 채권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고금리에 AI주 직격탄…SOX 5%대 급락
그동안 장기금리 상승에도 견조했던 기술주가 이날은 버티지 못했다. SOX는 5% 넘게 급락했다. 샌디스크(-9%)와 웨스턴디지털(-7.4%), 마이크론(-7%) 등 최근 상승폭이 컸던 반도체·메모리 관련주에 매물이 집중됐고 엔비디아(-2.3%)도 하락했다.
토니 웰치 시그니처FD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리 상승만큼 모멘텀 랠리를 깨뜨릴 수 있는 것도 없다”며 이날 시장이 바로 그 증거라고 평가했다.
고금리 충격은 성장주에 특히 크다.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AI 기대를 타고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일수록 금리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파와드 라자크자다 포렉스닷컴 애널리스트는 “높은 에너지 비용과 높은 장기 차입비용의 조합이 갈수록 불편해지고 있다”며 “주식 투자자들이 마침내 방어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자금은 방어주로 이동했다. 기술주가 급락한 반면 헬스케어와 필수소비재는 상승했다. 에너지주 역시 유가 상승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변동성지수(VIX)는 지난 5일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금리 문제 내일 사라지지 않는다”
월가가 더 경계하는 것은 이번 금리 상승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다.
빌 피츠패트릭 로건캐피털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그동안 시장이 견조한 기업 실적과 AI 발전에 집중하면서 채권금리 상승이라는 문제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순간 시장이 매도세에 취약해질 수 있다”며 “채권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들은 내일 당장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테랑 전략가 루이스 나벨리어 역시 AI 투자에 따른 기업의 자금조달과 정부 재정적자로 인한 채권 공급이 금리에 지속적인 상승 압력을 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기업 이익과 마진이 사상 최고 수준인 만큼 높은 금리에도 주식의 매력은 유지될 수 있다고 봤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 역시 아직 패닉에 빠질 단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 국채금리가 4~5%의 정상 범위에서 움직이면서 경제와 기업 실적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다만 금리가 이 범위의 상단에 가까워진 만큼 재정정책에 경고를 보내는 이른바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의 움직임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맷 말리 밀러타박 전략가는 “높은 금리는 문제가 되지 않다가 어느 순간 문제가 된다”며 최근 세계적인 채권금리 상승을 늦여름과 가을까지 면밀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시선은 19일 공개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으로 향하고 있다. 20일에는 미국 소비의 체력을 가늠할 월마트 실적이 나온다.
관건은 장기금리가 어디까지 오를 경우 증시의 견조한 실적과 AI 성장 기대를 압도하느냐다. 그동안 뉴욕증시는 중동 긴장과 금리 상승에도 기업 실적을 발판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이날 반도체주의 급락은 높은 금리가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AI 주식의 약점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경고음으로 읽힐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