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준비를 위해서는 신규 투자에 적극 나서야하지만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보유 지분(20.7%) 매각과 글로벌 경영 환경을 고려하자니 투자 시기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초 부임후 지난 7월 15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히며 HMM을 독립적으로 설 수 있도록 이끌겠다고 밝힌 김경배 대표의 경영 전략도 숨고르기에 돌입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HMM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희망퇴직이 향후 지분 매각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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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에서는 영업적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영증권은 “내년 코로나19 시기에 생긴 운임프리미엄이 모두 없어질 것”이라며 “영업적자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추정했다. 3분기까지 해상운임 하락세에도 컨테이너 영업과 장기계약을 바탕으로 수익을 방어해온 HMM은 앞으로는 경기 침체 파고에 휩쓸릴 수밖에 없을 만큼 업황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해상운임 약세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하락하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138.09로 2020년 8월 초 수준까지 내렸다. 올해 평균 SCFI는 3556.85로 지난해 연간 평균인 3791.77보다 6.2% 낮은 수치다.
그나마 HMM은 그간 쌓아온 현금성 자산 덕분에 실적 악화에 따른 재무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지만 계획했던 15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그대로 이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HMM은 앞서 지난 7월 물류기업 도약을 위해 1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등 선박 발주를 늘려 선복량(화물 적재 능력)을 늘리고 터미널·물류시설 등 인프라를 확보해 수익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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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해운업 불황이 본격화하면서 매각 진행 상황도 경영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정부에서는 매각 시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노릴 수 있다면 이를 HMM의 미래 사업을 위해 빨리 소진해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경영진 입장에서는 투자 적기가 아닌 시점에 선박 발주 등 투자를 진행하는 것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최근 HMM이 육상직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2년 치 연봉과 학자금 등을 지원하는 희망퇴직 ‘리스타트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을 두고 업황 불황에 대비하는 차원뿐 아니라 민영화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임금이 동결된 지난 8년간 진행하지 못했던 인력구조를 개선하며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HMM의 육상직 직원은 약 1000명인데 이 중 60%가 이번 희망퇴직 신청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HMM 측은 “(희망퇴직)규모를 정해놓지 않은 희망퇴직이므로 희망자에 한해 자발적으로 진행한다”고 말해 인위적 구조조정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열된 시황이 가라앉으면서 민영화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향후 매각 과정에서 시가총액을 웃도는 현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