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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과 포용성[최기훈의 외국계기업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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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기자I 2026.08.01 08: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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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생활 경험없이 외국계 기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국내 기업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뒤 30대 후반에 외국계 기업으로 옮겨 고위 임원까지 지낸 금융인은 흔치 않다. 저자가 들려주는 외국계 기업의 문화와 업무 방식, 그 안에서 부딪히고 배운 생생한 장면들은 외국계 기업 취업과 커리어 전환에 관심 있는 2030 독자들에게 현실적인 길잡이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최기훈 사진2
[최기훈 아자스쿨 이사] 몇년 전 워크샵에 참석하기 위해 런던으로 출장을 간 적이 있다. 행사 장소가 회사 사무실이 아니고 금융중심가 시티 오브 런던에 위치한 작은 빌딩이었는데 회의실 대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다. 첫 날 아침 모여 서로 반갑게 인사하며 첫 번째 세션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됐다. 화장실을 찾았는데 남자 화장실을 찾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화장실 표시는 있는데 남녀 구별이 돼 있지 않고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면 남자용 소변기가 없고 벽쪽으로 문달린 변기 칸이 반원형으로 죽 붙어 있었다. 순간 ‘아 이게 성중립 화장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라면 그냥 이용하겠지만 그 때는 좀 난처한 면이 있었다. 20명이 넘는 남녀가 한꺼번에 줄을 서서 바로 붙어 있는 칸을 이용하게 되는 것이었다. 동아시아 뿐만 아니라 중동이나 유럽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는데 몇몇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일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다른 층으로 가서 화장실을 이용하게 됐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아직은 모두가 다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여기게 될 것이다.성소수자(LGBTQ+)들과 함께 일하게 되는 일도 있었다. 과거 직장에서 내가 담당하는 마케팅 업무는 홍콩에 캐나다 국적의 직속상사가 있었다. 그 사람은 굳이 숨기거나 하지 않고 함께 지내는 파트너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우리 한국 직원들도 그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홍콩에서는 파트너를 회사에 데리고 오거나 직장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기도 한다고 들었으나 한국에서는 만난 적은 없다. 한국 사무실에서 잠깐 함께 일했던 영국 사람도 성소수자였는데 그는 한국 사회가 보수적인 편이라고 들었다고 하며 언행을 많이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람에 따라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함께 일하는 데 있어서는 다른 동료와 똑같이 생각하고 대하면 되는 것 같다.

그 당시 출장에 관한 규정을 보다가 ‘출장에는 배우자(spouse) 또는 파트너(partner)를 동반할 수 있다. 단 비용은 철저히 분리돼야 한다’는 항목을 읽었던 것이 기억난다. 동반할 수 있다고 명시된 것도 신선했지만 성소수자를 염두에 두고 ‘파트너’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 것이 특이했다. 다국적 기업들은 내부 규정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자료에 어떤 표현은 가능하고 어떤 표현은 안되는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두기도 한다.

많은 외국계 기업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기치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성별, 국적, 인종, 종교, 질병 등을 따지지 않고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수용해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것에 가치를 두는 것이다. 좋은 가치를 따르는 의미도 있고 더불어 실제적인 의미도 있다. 즉, 다국적 기업은 여러나라에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조직 안에서 불필요한 긴장 없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성소수자를 위한 ‘자긍심의 달(Pride Month)’에 어떤 다국적 기업들은 자체적인 행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라마다 이 부분에 대한 정서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각 국가별 제도와 문화 등을 고려해 적절한 수준에서 해야 한다. 아무런 행사를 하지 않는 지역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주 외국인, 세대간 차이 같은 이슈가 있을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남녀평등 주제가 다양성과 포용성에서 비중이 크다. 어떤 기업은 CEO의 핵심성과지표(KPI)에 관리자 또는 임원 중 여성 비율을 얼마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수치를 목표로 넣기도 한다. 또 획일성이 주는 일사불란함과 효율성에 현혹되지 않고 얼핏 거추장스러운 다양성이 어떻게 조직의 잠재적 위험을 예방하고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지 교육하며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외국계 기업에서는 전혀 다른 문화와 제도 속에서 자라 교육을 받고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과 함께 일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끼리는 당연히 알 내용을 하나하나 설명해야 할 때도 있고 한국 실정에 전혀 맞지않아 보이는 일을 밀어부치는 상사를 설득해야 할 때도 있다. 이런 과정은 번거롭고 짜증나기도 하다. 그러나 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고 설득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서 개인은 성장하고 조직의 경쟁력은 강해진다.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함께 성과를 내는 방법을 아는 것은 엄청난 자산이다.

■최기훈 이사 =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하나은행, 미래에셋증권, 피델리티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SC제일은행 등 금융권에서 30여 년을 근무하고 지금은 국내 최대 체험학습 플랫폼 아자스쿨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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