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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사이에서 채종희(59) 서울대어린이병원장은 ‘무당’으로 불린다. 여러 병원을 돌아도 병명을 찾지 못한 아이를 보고 질환의 실마리를 짚어내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그는 진료시간에 미처 다 살피지 못한 부분은 사진으로 남긴다. 아이가 다시 오면 과거 기록을 꺼내 얼굴과 움직임, 새롭게 나타난 증상 등 변화상을 비교한다. 당장 병명을 찾지 못한 환자도 해마다 기록하는 등 ‘보고→기록하고→재확인’하는 지난 30여년의 세월이 그에게 ‘무당’이라는 별명을 갖게 했다.
채 병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희귀질환 의사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며 “소아신경과 의사로 근육병을 공부하다 걷지 못하거나 발달이 늦고 이유 없이 퇴행하는 아이들을 만난 게 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근육병이 아닌 발달질환을 구분하려다 유전학을 공부하다보니 기존 검사로는 원인을 찾지 못하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레지던트 1년차 당시 만난 척수성근위축증(SMA) 아이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당시에는 유전자 검사가 일반화되지 않아 조직검사를 해야 했다. 어렵게 진단했지만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숨졌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채혈 이후 수일 내에 진단하고 경우에 따라 일주일 안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여전히 병명을 찾지 못한 환자가 많다. 희귀질환의 약 80%는 유전적 원인이지만 유전체 기술을 적용해도 원인을 찾는 비율은 대략 50~60%에 불과하다. 채 교수는 다음 돌파구가 유전체를 ‘더 많이 읽는 기술’보다 이미 읽어낸 정보를 ‘더 정확하게 해석하는 기술’에 있다고 봤다.
그가 ‘진단 여정’이라고 부르자고 하는 이유도 궤를 같이 한다. 채 병원장은 “방랑은 헤매기만 하고 끝이 없지만 여정은 길어도 그 과정에서 배우고 지식이 쌓인다”며 “그 축적 끝에 결국 병명을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10년 넘게 병명을 찾지 못했던 아이에게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진단명을 붙여줬다. 전 세계 연구자들과 비슷한 증상을 가진 환자를 찾아 비교하고 새로운 유전자를 확인하는 데만 수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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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병원장은 병명을 찾는 것 자체가 환자와 가족에게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치료제가 없더라도 부모들의 원인 모를 죄책감을 덜 수 있어서다. 불필요한 검사와 효과 없는 치료를 멈추고 앞으로 나타날 증상을 예측해 대비하거나 새로운 치료제 임상시험에 참여할 길도 열린다. 그는 “진단의 끝이 곧 치료 가능성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희귀질환에서는 유전자치료제가 등장하며 새로운 치료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특히 고가 치료제를 둘러싼 접근성 문제에 대해서는 “환자가 적다는 이유로 치료 기회까지 희귀해서는 안 된다. 기존 비용효과성 잣대만으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치료 기회를 넓히려면 약제 접근성뿐 아니라 환자가 늘 필요한 진단과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도 중요하다고 봤다. 정부는 전국 19곳의 권역별 희귀질환 전문기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희귀질환만 8000여 개에 달해 각 기관이 모든 질환의 고난도 진단과 치료 역량을 갖추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서울대병원에서도 희귀질환 하나라도 진료하는 의사가 560명이 넘는다.
채 교수는 권역 전문기관의 역할을 ‘돌봄의 거점’으로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환자가 가까운 곳에서 증상을 관리받고 필요한 전문의를 연결받도록 하는 역할은 권역에서 맡고 미진단 환자 분석과 새로운 질환 발굴, 고난도 유전체 진단과 연구는 국가 차원의 중앙 컨트롤타워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 병원장은 “희귀질환 전문기관이 책임져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은 돌봄”이라며 “기관 간 돌봄 규약 및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고난도 진단과 연구를 총괄할 국가 차원의 콘트롤타워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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