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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채로 어미개 갈랐다…1426마리 번식시킨 업자들, 1심 판단은 [애니멀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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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I 2026.08.22 11: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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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고서 신문지 쌓인 개 사체 92구도 나와"
동물보호법·수의사법·건축법 위반 혐의 기소
번식장 전 대표·운영진 실형 선고 후 법정구속
동물단체 연합체 엄벌탄원에 시민 1만명 서명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방 안에 들어가니 3단으로 쌓인 철제장이 벽을 메우고 있었습니다. 모두 개들로 채워져 있었죠. 바닥에 얼기설기 세워진 펜스 안에도 개들을 넣은 상태였어요. 사람이 발 디딜 복도나 통로조차 없었죠.”

2023년 9월 A씨 등이 운영해 온 번식장에 있는 피해견들. (사진=수원지검)
2023년 9월 A씨 등이 운영해 온 번식장에 있는 피해견들. (사진=수원지검)
2023년 9월 1일 경기 화성시의 한 허가 번식장. 동물보호단체 연합 ‘루시의 친구들’이 마주한 것은 개들이 들어찬 사육장이었다. 업자들은 공간 대부분을 사육실처럼 쓰고 있었고 사실상 모든 개가 다른 개체와 분리돼 번식에 이용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개들은 미니 시츄와 몰티즈, 소형 푸들, 포메라니안 등 초소형 ‘티컵’ 유행 견종이었다. 종모견이나 수출용으로는 마리당 300만~400만원대에, 다른 지역 경매장으로는 60만원대에 팔려나간 정황도 확인됐다.

2023년 경기 화성시 한 번식장에서 발견된 약품 통과 주사기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2023년 경기 화성시 한 번식장에서 발견된 약품 통과 주사기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루시의 친구들 일원으로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신지운 동물권행동 카라 팀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오전에 움직여 거의 밤에 구조를 시작했다. 번식장 업자들로부터 개들에 대한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10시간의 설득 끝에 소유권 포기가 이뤄졌고 개들에 대한 구조 작업이 시작됐다. 신 팀장은 “공간마다 빽빽하게 개들이 들어차 있었다”며 “제때 관리받지 못한 학대견들이 너무 작고 약해 구조 과정에서도 기도폐색, 저혈당증과 같은 응급상황이 일어났다”고 회상했다.

그는 “구조된 개들의 공통된 특징은 제때 질환이나 질병을 치료받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치아 질환을 비롯해 피부·안구·귀 질환, 슬개골 탈구 등이 많다 보니 구조 후 병원에서의 치료가 장기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또 “모견과 종견(번식 능력이 우수한 수컷 개)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도 되지 않았다”며 “방치로 인해 동물에게서 발현될 수 있는 질환은 거의 갖고 있었다. 나이가 많지 않은데 노견처럼 보이는 아이들도 많았다”고 부연했다.

2023년 9월 경기 화성의 한 번식장 냉동고에서 발견된 개 사체들. 사체는 신문지에 쌓여 있었으며 총 92구가 발견됐다.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2023년 9월 경기 화성의 한 번식장 냉동고에서 발견된 개 사체들. 사체는 신문지에 쌓여 있었으며 총 92구가 발견됐다.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은 동물생산업자로 하여금 12개월 이상 번식 가능한 개와 고양이 50마리당 1명 이상의 사육 및 관리 인력을 두도록 한다. 하지만 현장에는 기준 개체를 훌쩍 넘는 1426마리가 발견됐고 냉동고 등에서는 신문지에 싸인 개 사체 92구까지 나왔다. 이들 개체는 제왕절개 수술이 자주 이뤄진 흔적도 있었으며 업자들이 관리 불능 상태에서 불법 안락사하거나 칼로 모견의 배를 가르고 새끼를 꺼낸 정황까지 드러났다.

법원 “개복 당시 모견 생존”…업주 2명 법정구속

수원지법 형사10단독(서진원 판사)은 3년가량이 흐른 지난달 15일 동물보호법·수의사법·건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번식장 대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운영진 B씨에게는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하고 A씨와 함께 법정구속했다. 또 다른 운영진 C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직원 D씨와 E씨에게는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A씨 등은 2022년 5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경기 화성시에서 허가 번식장을 운영하며 살아 있는 어미 개의 배를 갈라 죽게 하고 근육이완제를 투여해 전염병에 걸린 노견 15마리를 죽인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또 수의사 면허 없이 백신과 항생제 등 의약품을 투여한 자가 진료 행위도 유죄로 인정됐다.

2023년 9월 경기 화성의 한 번식장 냉동고에서 발견된 개 사체들.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2023년 9월 경기 화성의 한 번식장 냉동고에서 발견된 개 사체들.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A씨 등은 법정에서 “모견이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살아 있었다 하더라도 새끼를 구하기 위한 긴급피난 및 정당행위”였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질병 진단 결과 등을 토대로 “절개 후 피부 조직 내 출혈과 염증 세포가 관찰되는 등 생체 반응이 있었던 점에 비춰 개복 당시에 모견이 살아 있었던 것이 인정된다”며 “새끼를 구하려는 의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동물병원에 데려가는 등 적절한 조치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배를 가르는 행위는 일반적인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동물의 생명을 얼마든지 빼앗을 수 있다는 극단적인 생명 경시의 행태로 불법성과 비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면서도 “일부 범행을 인정하고 직원들은 수동적으로 지시에 따른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에 불복한 A씨 등은 항소장을 제출하고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루시의 친구들은 2심을 앞두고 엄벌 탄원 서명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시민 9944명 이상이 이름을 올렸다.

“1심 형량 솜방망이”…계류 중인 ‘한국형 루시법’

루시의 친구들은 1심 형량이 여전히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팀장은 “허가 번식장에서 1426마리의 피학대 동물이 구조되고 92마리의 사체가 나온 사건”이라며 “구조된 동물들의 상태도 최악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인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성 번식장’ 사건 이후에도 비슷한 내용의 제보가 ‘루시의 친구들’ 소속 단체들에 종종 접수되고 있다며 한 번의 폐쇄로 문제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신 팀장은 “시설과 인력 기준만 맞추면 번식장을 허가받을 수 있는 구조가 문제”라며 “이들이 반려동물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제대로 돌볼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계적으로 숫자만 충족하면 허가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의 느슨함이 궁극적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동물 생산·판매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루시의 친구들은 이번 사건과 같은 대규모 번식 및 학대·방치 사건을 막기 위해 ‘한국형 루시법’(동물보호법 개정안) 통과가 꼭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형 루시법은 지난해 11월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반려동물 경매·투기 목적 거래 금지와 6개월령 미만 개·고양이 판매 제한, 제삼자 거래 제한 등을 골자로 한다. 다만 지난 3월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상정된 뒤 현재 소관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신 팀장은 “대야에 계속 물이 넘치는 상황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내는 것이 아니라 수도꼭지를 잠가야 한다”며 “생산·판매 업장에서의 동물학대 문제를 막으려면 제도를 완전히 새롭게 바꿔야 한다”고 재차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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